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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72

바람.......


BY 바람 2005-09-27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날들.

입술만 바작바작 타고.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동네를 돌고 돌아 세 시간 가까이 걸었다.

몸이 피곤하면 잠이 오겠지 하고.

그런데도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하루 밤 꼬박 새고, 그 다음날 두어 시간 자고.

그런 날의 반복.


끼니 거르지 말고 챙겨먹으란 찔레꽃님의 글.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

억지로 먹으려는데 씹는 것도 귀찮다.

그리고 몇 숟갈 먹으니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그 몇 수저도 소화가 되지도 않고.

평소 나만을 위해 무엇을 산적이 없었는데

걸어보자 나간 길에 죽을 사왔다.

일인분 사온 것을 세 번에 나누어 하루세끼로 먹었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솟아오르는 눈물

샤워하다 통곡하고, 텔레비전보다 또 울고.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또 한없이 눈물이 흐른다.

길을 걷다 눈물이 왈칵 나

‘여기 길이야’ 스스로 타이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의 삶이 허무하고, 억울하고

내가 비참하고.


도의적으로는 미안하지만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에 대해 앞으로 말하면 안 된다.

이것이 그의 말.


내 전화는 노골적으로 귀찮아하고 그만 일로 전화 하냐 하고

내 문자는 씹고

그 여자에게는 수시로 전화하고 점심 먹었느냐 챙기고

사랑, 마음은 항상 당신 곁에 - 그런 문자 보내고.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아이들 다 독립하고나면

다정하게 서로 챙겨주며

떨어져 있는 시간에는 아무 일 없어도 안부전화하고

손잡고 여행가는 그런 꿈을 꾸었었다.


내가 그와 하고 싶어 했었고 기다렸던 것을

그는 그동안 다른 여자와 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에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


처음 문자와 통화기록을 보았을 때

한숨도 못자고 새벽이 오는 것을 보며

그래도 이야기를 하면

그냥 잘못했다고 그래줄 거라고 기대했다. 그래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라 하고,

그 여자 책임이 아니고 자신의 책임이라 하고,

도의적으로 잘 한건 아니다.......그런 말.

확실한 걸 보여 달라는 나에게 못 믿으면 할 수 없다는 그런 말.


이제 나는 그동안처럼

그의 전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고,

그를 보며 웃고,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모르는 그 이년 넘는 기간 동안

그의 마음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수시로 생각했고, 무엇을 하든 보고했던.

이제 나는 수시로 그 생각이 날거다.

그 때마다 나는 그를 힘들게 하겠지.

그는 이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거구, 절대.

지금도 그는 그 이야기는 입도 열지 못하게 한다.

무조건 법으로 하라고.......


이제 나는 그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꿀 수가 없다.

아이들 독립하고

그 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나.

꿈도 미래도 없다.


재회 - 라라님의 글 중에서

내 가정을 지킬 수 있는 힘과 용기와 관용을 주십사고 기도한다.

아이들의 평안을 기도하고 우리 부부의 화합을 위해서 기도한다.

이 글을 읽는데 눈물이 왈칵.......


이제 나는 너무나 지쳐

아무 생각도

아무 행동도 못하겠다.


수시로 가슴에서 열불이나 뛰쳐나가 걷다 뛰다

수시로 눈물이 솟아나고 울음이 터지고.


무엇이 이겨내는 길일까.


그동안 도움 말씀 주신 하늘이님, 여울님, 라라님, 재재맘님, 찔레꽃님, 라메르님, 항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