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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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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BY 은하수 2005-09-27

오후 3시에는

바람이 분다

 

아침의 싸아한 청명함도

정오의 맹렬함도

한풀 꺾인

뜨듯 미지근한 공기 한가운데로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관통한다

 

오후 3시에는

햇살이 어느새 비스듬히 눕는다

 

일출의 이글대는 기대나 욕망도

한낮의 뜨거운 열정도

이제는 뒤로 하고

세상을 그저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볼 뿐

 

사물의 환한 빛과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함을 

양품 가득 껴안으며

햇살도 살며시 산등성이에 어깨를 기댄다

 

오후 3시

왔던 길을 돌아보고

황혼을 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오후 3시

관조의 시간이다

 

내 삶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