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에는
바람이 분다
아침의 싸아한 청명함도
정오의 맹렬함도
한풀 꺾인
뜨듯 미지근한 공기 한가운데로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관통한다
오후 3시에는
햇살이 어느새 비스듬히 눕는다
일출의 이글대는 기대나 욕망도
한낮의 뜨거운 열정도
이제는 뒤로 하고
세상을 그저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볼 뿐
사물의 환한 빛과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함을
양품 가득 껴안으며
햇살도 살며시 산등성이에 어깨를 기댄다
오후 3시
왔던 길을 돌아보고
황혼을 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오후 3시
관조의 시간이다
내 삶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