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유 있는 저녁을 맞이했다 ...
큰애도 막내도 두딸 모두 공부를 핑게(?) 삼아 도서관으로 가고
아무도없다 .혼자다..
갑자기 불안해진다 ...
늘 아이들이 내곁에 있어서 몰랐던 정말 혼자라는걸 느낀다
만약 몇년이 더 흘러서 두딸 마져 제 갈길로 가고 나면...
늘 내가 바라던 혼자만의 조용한 삶이지만 참으로 허허로울거 같다
음악을 올려놓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 가을 의 해질녁 노을 이 어찌 저리 고울까...
아주 깨끗한 하얀색 하늘위에다 ...
붓을씻은 물을 흘려 놓은듯 붉그스레한 색체 가 흐트러진거 같고 ..
그위에 뭉뚱그려 올려놓은 푸른 솜 한웅큼 ...
그곳에 어둠이 잿빛으로 내리고 있다
너무 아름답다 ..정신을 놓고 멍할만큼...
얼마나 크게 볼륨을 올려 놓았는지 ..음악도 하늘이 마주 보는듯 곱다
"케익 배달 왔습니다~~~부산에서..."
울산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햇다
"이거 어쩌지?"
"온니야 먹어 ..걍 먹는거야
체할거 같음 경로당 어른들 드려 .."
피식 웃음이 난다 ...둘이 웃었다
동생이랑 전화를 끈고도 한참을 망설였다 ...
" 이거 왜 보냈어요?"
" 오늘 날씨가 흐리길래 ..좋아 하자나 그냥 먹어.."
언제나 ...
늘 ...
있는듯 없는듯 ...
말없이 챙겨주는 사람인데 난 늘 잘라 말한다
그러면
" 너 성질머리 좀 죽이라 ~ 나이가 몇인데 아직 그모양이고~~"
그러곤
"밥묵고 고만 자라~"
뚝~끈긴 전화를 잡고 난 끙끙 거린다 ...
이걸 걍~~~~팍~ ㅎㅎㅎ
내게 늘 말한다 ...
"그냥 너 보께 ...시집가도 ...안가도 ...그냥 너 보기만 하께 ..."
나는 또 이런다
"참나 이나이에 시집은 ..환갑이랑 결혼식이랑 같이 할일있어?"
그런데 난 한번도 편히 해주지 않는다
왜냐면 ...
왜냐면...
마음이 너무 편해지면 안되니까 ...
뚜~~~욱 떼서 부산 앞바다에 던질수도 없고
날 늘 철딱서니 없는 꼬맹이로 알고있으니 ..어쩌랴
마흔 중반의 나는 힘이 없으니 ...
더 늙어 꼬부리지면 말려니..하며 케익이나 먹어야 겟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