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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37

남편흉좀 볼께요


BY 채송화 2005-09-27

약수터 가는길 한쪽 모퉁이에 코스모스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 

가을인 모양이다.

 

몇일째 잠을 이루질 못했다.

어제도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냈는데 여전히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남편과의 결혼을

왜 그렇게 반대 하셨는지

지금 가슴속 저 밑바닥 까지 느끼고 있다.

 

"그놈 손 봤나?"

"머시마 손이 곱습디다"

남편이 집에 인사 왔을 때의

부모님의 대화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홀 시아버지에 이혼한 시누하고

시누의 두딸과 한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린다는 소리에 아버지는 날 쳐다도 보지 않으셨다.

결혼식장에서 식이 끝나자 휑하니

식구들 챙겨 집으로 가 버리셨으니까 말이다.

 

누나셋에 여동생 한명 건강하지 못한 시아버지

8살 차이나는 나이

 

표면상에 나타나는 조건이였다.

 

친정아버지가 걱정 하셨던건 이런 표면상의

조건이 아니였다.

 

딸들 속에 외아들로 자란 것이 맘에 걸리신거다.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아버지의 걱정은 적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8살의 나이 차이에도

남편은 나에게는 상당히 이기주의다.

한번도 자기의 의지를 궂혀 본적이 없다.

갖은 감언이설과 공갈 협박으로 결국 날 설득하고

만다.

 

이곳으로 이사온 첫날 마저도 사무실을 지킨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없는 약속들을 한다 나에게

그리고 그것이 닥치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려버린다.

 

요즈음은 새벽에 들어오는데

늘 술안주가 필요한 사람이다.

아이셋데리고 겨우겨우 적응해 가는 나에 대한 배려는

없다.

 

늘 항상 자기 위치에서 생각한다.

집에 사람을 데리고 와도

미리 전화하는 법이 없다.

장은 다 봐가니까 준비만 하라는 식이다.

 

추석때도 그랬다.

여긴 재래시장이 있어도 구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강릉이나 원주까지 마트를 이용하자고 해놓고서는

그날 아침에 일이 갑자기 생겼다고 나가버렸다.

아이들이 오랜만에 바람 쐴 생각이 들떠 있었건만...

내가 필요해서 부탁을 하면 갖은 핑계로 그것을

회피해 버린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날 정말 미치게 한다.

 

추석 일주일 전부터 시누들한테 전화 하라고 성화를 부리더니

나중에는 혼자사는 시누아이들 한테 까지 전화해서

근황을 알아 보고 말해 달라는 것이였다.

어이가 없는건 내가 왜 아이들 한테까지 추석 안부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밥상을 차려도 다른 사람 수저는 다 놓아도 내수저는

놓지 않는 아이들이다.

심부름을 시켜도 너나 떠들어라 하던 아이들인데

그럼에도 난 시누 네명에게 모두 안부 전화를 했다.

성화를 부리지 안아도 때가 되면 할 것을....

 

그렇게 추석을 보내고 난 친정에 사위는 전화해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

단 한마디 그냥 좀 그랬단다

 

요즈음은 반찬 잔소리 까지 한다.

청소까지...

 

일이 잘 안 풀리니까 그렇겠지 이해 하고 넘어가려고

나 스스로 무던히 노력을 하다보니

요즈음 이렇게 밤을 새는 날이 많아 졌다.

 

이제 잠이 온다

남편 흉을 좀 보고 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