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짐이 너무 많아서 죽겟다 끄~응!!"
" 어~ 지금 나가께 저 밑에 사거리쯤?
해물탕집 사거리? 알았다 ..ㅎㅎ"
큰애가 또 다시 당부한다
"근데 엄마 ..밤이라 어둡거든 ..조심해서 ㅋ~ 오케이?"
얇은 자켓이 필요할 만큼 싸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만지고 지난다
춥다 ..바람이...
어느새 이리 가을이 가까워진건지 ..
길거리에 벌써 이른 낙엽들이 뒹굴고 있고
주섬주섬 걸친 가디건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
마흔이 넘은 중년의 나이가 가을을 잡고 있다
저만치서 걸어오는 딸아이 ..
"엄마 추워 ?"
" 아니 ..가을이 춥지 난 아닌데..."
" 역쉬~~ 우리엄마 다운 대답 ...가을이 춥다 캬아~~좋네"
별로 많지 않은 짐인데 걸어오다 보니 무거워졌다고 조잘대며 응석을 부린다
말이 필요 없는 밤길이였다
어느사이 추억이 그리운 나이가 되고 ...
하루하루가 왜 이리 그리운게 많은지...
흰머리 가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됐음이 왜이리 서러운지 ..
아직도 가을이면 아프고 ...겨울이면 서러워 눈물이 흐르는데
이제는 어느새
엄마 는 아직도 사춘기냐고 웃어대는 딸들 틈에서 절실해지는 해묵은 내모습
올 가을은 왜 이리 더 아픈지...
가슴이 아리고 ...
그리움이 아프고 ...
그래서 추억이 눈물로 흐른다 ...
시간이 이리 아프고 세월이 이리 보듬고 싶을줄 ....
어찌 몰랐을까 ...
어찌 느끼지 못했을까 ...
지금이라도 다 보듬으며 마지막 까지 걸어야지
지금이라도 다 그리움 에 채우며 마지막 까지 걸어야지 ...
물안개 자욱한 길섶으로 자분히 적셔진 옷자락 사이로 내삶을 뿌리며 걸어야지....
내딸의 손을 꼭잡는다 ...
"엄마 따뜻하네 손이..."
웃었다 마주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