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차림의 어머니를 면회했다.
주무시다 깨어나신 어머니는 놀라시는 표정이다.
"오늘 엄마 생일이잖아"
"엄마 조카들까지 많이들 왔어요"
"응~? 그럼 다만나볼수있겠네"
"그러~엄, 다들어오라고 할께"
아버지,큰사위,작은사위
이모님의 아들,딸,며느리,사위
큰딸친구들...
힘없이 우스시며 아주 반가워하신다.
돌아나가는 둘째사위를 부르신다
"와줘서 고마워..."
무슨말씀을 하시고 싶으셨을까?
하시고싶은 말씀이 많이많이 쌓여 있으셨겠지.
좀더 일찍 이런 기회가 있었었으면...
3층 법당에 생신상이 차려지고
어르신들이 휠체어에 앉아 밀려들어오신다.
지난 6월에 88세를 맞으신 아버지의 미수도 함께 축하를 받으신다.
원생들이 만들어준 모자를 쓰신아버지, 한복에 족두리를 쓰신어머니.
케익에 촛불이 켜지고...
두분이 손을잡고 촛불을 끄신다.
케익도 자르신다.
어머니는 옛날 기억에 남아있는 일본노래를 두곡 부르신다.
들릴듯 말듯 부르시는노래...
가사를 한구절도 틀리지않고 부르시는 어머니를
대견해하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가는세월을 노래하신다.
가족들의 노래가 이어지고
엥콜까지 부른 조카사위를
싸인좀 받을까요 하고 사회자가 유머도 섞는다.
모이신 어른 한분한분에게
축하인사를 시키시고 18번 노래들을 부르시게한다.
어눌한발음,잘못부르는 노래지만
손뼉을치시며 즐거워들 하신다.
밤새 영양주사를 맞으셨다는 어머니는
힘없는 손벽도 쳐가시며 가끔 답례도하신다.
마지막 간호부장님의 "제비"
룰루랄라~룰루랄라~ 에 맞추어
97세의 할머니가 간호원의 부축을 받고 장단을 맞쳐 춤을 추신다.
깃발도 흔드신다.
정신은 흐리셔도 리듬을 열심히 맞추신다.
약두시간 동안의 생신잔치는
외롭고 불편하신 어르신들과 의미있고 보람있는 시간을 가졌다.
간호부장님의 마지막말씀
"어르신들 끝까지 정신 놓지마시고 건강하게 잘 견디셔야 합니다"
우리모두에게도 의미있는 말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