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테레비가 있나 인터넷이 있나 저녁먹고 8시가 조금 넘었을때 잠들었으니
하루종일 피곤한 날이기도 했지만 밤이 무척 길다고 느껴졌습니다.
시골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소쩍새인지 뻐꾹이인지 새소리가 멀리 들리더니
정확히 닭이 울면서 동이 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푸르고 맑은 공기를 문고리 하나만 열면 들이마실 수 있는데 얼마나 신선한지
간단히 세면하고 민박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에 남겼습니다.
선운사 꽃무릇을 찍으러 왔으니 어제 잠시 보았던 계곡으로 내려갈려니
이미 경내에 사진사들이 여러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사진인구가 현저하게 늘었다는 것을 바로 내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로
여실히 증명이 됩니다.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사진을 찍기전에 사진사의 기본 예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피차 사진에 집중하는것은 마찬가지인데 서로 남을 배려안한다고
참아주질 못합니다. " 이리 나오세요" "비키세요" 고함을 지르고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줄을 당겨놓은 곳에는 못들어가게 되어 있으나
사진사들에게 짖밟힌 꽃무릇이 얼마나 많은지 마음 아픕니다.
에외없이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으니 말할 자격도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진사들이 가로막아 서로 사진을 찍을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돗대기 시장입니다.
너무 배가 고프고 기력이 없어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계곡에는 아직 아침 햇살이 퍼지지 않아서 어둑했기 때문에
식사후에 다시 와서 잠시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으나 콩나물 해장국이 시원했습니다.
식사후 힘을 내어 다시 계곡에 올라가니 햇살이 맑게 퍼지고 아까보다는
훨씬 빛이 좋았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무엇을 어떻게 찍을런지
아름답다는 느낌뿐 계획이 없었습니다. 마구마구 찍어본들 흡족함이
없습니다. 지난번 임진각에서 바람개비를 찍을때 아무런 느낌이 없이
그냥 좋다는 것뿐이던 심경과 비슷했습니다.
사천 금진에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도착해야 하므로 곧장 출발했습니다.
고향을 향해 달리는 길은 일사천리 막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간다고 갔건만 12시 30분쯤 도착하니 식구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식사후에 선산에 성묘하고 곧장 무주 리조트를 향해 달렸습니다.
대진고속으로 오는데 서덕유산이라는 이정표와
덕유산IC 가 나오는데 그곳으로 나가면 안됩니다.
하나 더 진행하여 무주IC로 나와야 합니다.
무주IC로 나와서 30분 정도 무주 리조트로 달려야 합니다.
무주리조트는 엄청난 규모의 유롭풍이었는데 세계적 수준이었습니다.
회원권보다 조금 더 주고 한밤을 지나기로 하였습니다
개나리 동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가지고 온 라면을 끓여서 햇반을 사서
김치랑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환경이 엊저녁 민박보다는 너무 좋아서 금방 행복해 졌습니다.
게다가 테레비도 있어서 답답하지도 않고 또 새로운 맛이었습니다.
2년전 무주 리조트 들어오는 초입에서 한밤중 헤메다가
엉터리 모텔에서 한밤을 자고 코 앞에서 몰라서 집으로 돌아간 생각이 나서
정보가 없으면 정말 한심한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였습니다.
근처에 무주구천동이 명소인줄을 알지만 덕유산이 목적지인지라
생략하기로 하였습니다 교통지옥인 추석연휴에 길이 막히지 않는 곳으로만
다니게 된것이 상대적 유쾌함을 더하였습니다.
냉장고를 온장고로 틀어서 미지근한 차를 마셨던 일
무주 리조트에 회원권이 없어 못 들어올 것인데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일
짜증부려서 미안한지 날보고 많이 철이 났다나? 그게 칭찬이겠지만
상처 낸 후에 약발라주면 무슨 소용?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와 안새길 바라는게 잘못이지
이 세상에 가장 편한 사람에게 가장 예의를 지키고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산다는게 인격수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지간에 서로 예절을 지키고 오래 참아준다는게 행복지수라도 봅니다.
서로 이해하며 산다고 하지만 뚜껑 열고 보면 모두 비슷하게 사는건지
나만 요상하게 사는건지 모를일입니다.
굳이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불행하다고 말하기도 어정쩡한채
그렇게 한살이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