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이 일요일이었죠
내외는 홀가분하게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여름에 직원들 차례로 한주간씩 휴가를 주다보면
우리 차례는 여름이 훌떡 지나버립니다.
추석을 겸해서 목요일까지 휴가를 내어 떠난것입니다.
추석 당일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조금 막힐뿐 주행할만 하였습니다.
점심식사도 할겸 2시가 넘었으므로 화성휴게소에서
소고기국밥을 먹고 가자고 했더니...남편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잘 달리던 차가 화성휴게소 부근에서 휴게소로 들어가는 길목이
매진상태입니다. 갑자기 남편이 짜증을 내는 겁니다.
"꼭 화성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느냐"고
2시가 넘었는데 나야...먹어도 안먹어도 그렇지만
세끼 꼭 챙겨먹는 남편이 웬일인가 했더니
차가 막히지 않을때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는 겁니다.
댓구를 안하고 가만히 있었더니...화성휴게소로 들어가더군요
정말 사람 많데요! 부딛쳐서 다니지 못할정도로요.
국밥을 시킨다고 해도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는겁니다.
국밥을 사러 줄 서기에 가방도 있고해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데
우라통! 밥쟁반 두개를 어떻게 옮기느냐고 짜증!
속히 달려갔더니 밥쟁반을 퉁명스럽게 넘겨주고
다른 쟁반을 들고 엉뚱한 자리로 가서 앉는겁니다.
물론 내가 잡았던 자리는 남의자리가 되어버린 후였죠
초장부터 따로 앉아 밥먹으면 한차를 타고 갈 수가 없을것 같아
반죽좋게 앞에 앉아서 먹는데...그 맛있던 소고기 국밥이 뚝!
맛떨어지고 정떨어지고 여행기분 날라가고 삽시간에 지옥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먼저 밥을 먹더니 화장실 간다고 벌떡 일어나더군요
나도 화장실에 갔는데 너무 사람 많아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사람 기다리다 더 짜증낼까 두려워서리
이때부터 생각이 얽히기 시작하는겁니다.
추석에 진주 고향으로 대진고속(대전-진주)으로 달려야 하는데
내가 전북 고창에 선원사에 상사화가 절정이라니 거기 가서 하루 자고
다음날 고향가자고 했는데 그게 마땅치 않은가? 왜 화를 내는지?
모처럼 휴가 떠나면서 왜 초장에 김 새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건지?
이해가 안가면서 외국 여행중에 종종 기분 잡치던 기억까지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성질 같아서는 아무 차나 타고 곧장 집으로 혼자 돌아오고 싶어졌습니다.
이 사람이 나하고 여행다니는게 싫은가?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모처럼 아내와 여름휴가차 나왔으면 쫒기는 마음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나야말로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참는데 익숙한 터이니 한 박자 더 참아보자 하고 말없이
차를 타려는데...엎친데 덮치는겁니다.
과일을 챙기라기에 과일 칼을 함께 넣었는데 하필이면 그 봉투
휴대용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칼끝에 그만 찔린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크게 다친건 아니지만 아파하는데 웃을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화김에 냉장고 코드를 자동차에 꼽았는데 온장고로 틀려 있었다는 것을
선원사 부근까지 다 와서 음료수를 꺼내다가 뜨끈뜨끈한 음료수를 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요?
내가 실수를 했더라면 죽을 맛일텐데 자기 실수에는 어찌나 관대한지
웃음보를 터치더군요
"이게 뭡니까?"
민박집을 내가 전화로 예약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해가 지기 전이라서 계곡 올라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초행길에 캄캄할때 선원사에 들어오면 민박집을 찾기도 힘들 것이라는점
이왕 사진 찍으러 오는 길이면 한시라도 속히 와서 한캇이라도 해지기 전에
찍도록 배려해주려는 급한 마음에 짜증을 내었던 모양입니다.
상사화 군락을 보더니 나보다 더 흥분하면서 삼각대 들어주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
들어주며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는겁니다.
삼각대를 꼭 사용하라는둥 여기서 저기를 보면서 찍어보라는둥
그게 친절인줄 알지만 사진사에게 쥐약이라는 것을 알턱이 없죠
작가? (자칭 남편앞에서 부르는 내 칭호) 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가 되니까요
한참 폼을 잡고 삼각대 받치고 찍으려는데 셔터가 말을 안 듣는겁니다.
알고보니 배터리를 빼 놓은겁니다. 다시 찍으려니 또 안찍힙니다.
이번에는 메모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 왕초보라지만 여지없이 남편앞에 망신을 한겁니다.
그날 저녁때 사진을 찍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완벽하게
다른 작은 가방에 모두 충전하고 메모리 포맷해서 모셔 두었거든요?
개울건너 남편이 자동차에 다시 가서 모두 찾아다 주어서 찍기는 몇장
찍었지만...사진이 나올리가 없죠 긴장에다가 피로에다가 의기소침하기
짝이 없으니 말입니다. 정말 스트레스 싸이더군요.
도저히 어둑어둑하고 사진 찍을 환경이 못되기에 그만 찍겠다고 하고
민박집을 찾는데 전화 번호로 문의할려니 둥기적둥기적 전화번호가
어디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도 쉽게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아까 내가 참던 만큼 남편이 참아주더군요
드디어 민박집에 짐을 내려놓고 도솔암으로 올라가는데
평소에는 그 길에 사람이 많아서 차를 통제한다는데 추석날이라
차량통행이 가능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단풍이 들면 환상이 아니라 환장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솔암에서 내려오니 저녁밥이 준비 되어 있었습니다.
그 귀한 싸리버섯 도토리 묵 머우들깨무침 나박김치에 갈비구이
5000원짜리 식탁으로서는 너무 과분한 식탁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는데 두꺼비 한 마리다 마당에 돌아다녔는데
두꺼비를 먹은 뱀을 잡으면 아주 값이 비싸고 부자가 된답니다.
우리 앞에 나타난 두꺼비가 주인에게는 기분 좋은 일인듯 했습니다.
숙소는 깨끗한 장판 방인데 창호지 한장으로 외부와 단절되었고
문고리 하나로는 전혀 보안이 안되는 환경이었지만
시골 고향집에 온 기분이 무척 평화로웠습니다.
그런데 자다가 얼마나 놀랬던지 박쥐가 방에 들어온 것입니다.
문을 열고 내어쫒을려고 해도 잘 못나가고 이리저리 날라서
무섭기까지 했는데 사진을 찍어 둘것을 깜빡 잊어먹고
그냥 내 쫒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박쥐와 한밤을 잘 뻔 했습니다.
화장실이 방 밖에 있다는게 불편하지만 그 시골에 수세식에
온수가 나오는 세면실이 갖추어 있었다는게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