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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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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락지 ●


BY 낭만소년 2005-09-22

 

 

그 녀석은 초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이었고,

생긴게 영락없이 개구리를 떠올리게 해서..

녀석의 별명은 “개구락지‘ 였는데

그는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걸 굉장히 싫어했다.

녀석의 심정 따윈 아랑곳없이 놀려되는 애들 때문에..

자주 싸움이 벌어지곤 했는데,

그리 싸움을 잘하는것은 아니었지만, 깡다구가 있는 녀석이라...

싸움이 벌어지면 놀린 녀석이 꼭 피를 봐야 끝이 나곤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강한 모습 때문에,

싸움을 못하는 내가 그를 놀린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녀석의 모습을 볼때마다,


‘진짜 개구리랑 똑같다...‘


속으로 되내일 뿐이었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날,

우리집 근처 골목에서 갑자기 그와 마주쳤다.

그와 순간 눈이 마주치자 너무나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헛소리를 해버렸다.

 

“개구락지....”

 


놀란건 나뿐이 아니었다.

그의 개구리 얼굴도 ‘이럴수가’ 라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당황하며,

한참을 빗소리만이 들리던 고요한 거리에 굳어있었다.


잠시후에 코피를 흘리고 있을 내얼굴을 떠올리며

피가 날 정도면 얼마나 아플까를 걱정하고 있던 그때..


그가 느닷없이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녀석이 너무 놀라서 미쳐버린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가 웃는 바람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나도 그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컷웃고 나서

녀석은 나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말도없이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대체 그녀석은 그때 왜 나를 때리지 않았을까..

내가 한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어쨌든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건

찌그러진 우산을 쓴 녀석의 뒷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