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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BY allgolkr 2005-09-18

금요일 조금 일찍 마치고 나와 신랑이랑 같이 시장을 봤다.

시댁에 어머님께서 연로하신 이유로 과일 등등 필요한 것들을

사가지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쇠고기는 다행이 들어온 것이 있어서 빼고

배도 들어온 것이 있어서 뺐다.

 

피곤했다. 시장를 본 것 뿐이었는데도

저녁때 혼자서 산책을 정말 올만에 했다.

 

추석을 두고 있어서 인사가

"추석 잘 보내세요"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계획상 금욜저녁에 가야 하지만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신랑에게 토욜날 가자고 했다.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토욜 일어나 아침 챙겨먹고 대강 치워놓고

1시간 거리인 부산을 향했다.

 

시집을 오고나서

달랑 시어머님과 나, 둘이서 음식을 하기는 첨이다.

 

작은시어머님이 꼭 늦게라도 오셔서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작은 아버지께서 폐암 판정을 받으신지 얼마되지 않아서 못 오신단다.

 

어쨌던 추석일들이 나의 발등에 떨어졌다.

 

시댁엘 도착하자마자

시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듯...일거리들이 산재해 있었다.

 

꽂이거리를 이쑤시개에 끼우고 전을 부쳤다.

줄였다고 하시면서 내가 보기엔 거기가 거기다.

제발 좀 줄였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참 생각처럼 되어지지 않으신 모양이다.

 

포 뜬 것을 부치고 새우튀김을 튀겨내고,(기름 튀어 손등이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보통때 같으면 생선을 솥에 넣고 찌는데,

이번엔 고기가 작다시면서 구우라 하셨다.

다섯마리인가?

적기는 하다.

시집을 온 이래로 제일 작은 마리수다.

늘 11마리였는데

올해는 좀 수가 모자라기는 하다.

생선에서 양이  줄었다는 말씀이시다.

어른들은 생선에 많은 의미를 두시니...

 

피자팬에서 전을 다 부치고 산적을 두 번 씩 완성해 냈다.

산적이 많기도 하다.

 

 

가스불에서는 탕국을 끓이고

너른 냄비를 찾아서

각양각색의 나물을 볶았다.

 

5가지를 볶아서 식탁위에 보기좋게 진열해 놓았다.

차례음식이라 냉장고에 안 들어가게 하려고 덮을 것은 덮어두고

정성껏 마련해 놓았다.

 

나물을 아침에 볶으면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

미리 해 버렸다.

 

어머님께서 그 바쁜 와중에,

송편을 만들어야 한단다.

 

만들 식구는 울가족 (신랑, 아들(중1), 딸(초4), 시아버님(79), 시어머님(75))이시다.

 

신랑은 좀 사고 말지...송편을 만든다고 뭐라 뭐라 한다.

난 거기에 대꾸도 해 줄 시간이 없다.

 

결국엔 두대를 나 빼고 모든 가족이 몰려들어서 만들었다.

울아버님 얼마나 송편을 크게 만드시는지, 울어머님,

만들지 마시라고 몇번을 소리치셨다.

 

울아버님 그 소리가 안들리신다.(귀가 많이 어두우시다.)

며늘이 혼자 일하는 것이 안서러우신지 도와 주시는 거다.

 

그래도 빨리 끝내고 싶으신 아버님께서 얼마나

크게 송편을 많이 만드셨는지,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다.

 

어머님 마당에 걸려 놓은 가마솓에다가

송편을 얹으시고,

아버님을 부르시더니,

불을 피우라 하신다.

 

내가 할 일이 떨어져 나갔다.

 

떡이 다 되어서 떡을 꺼낼 때가 되었다.

 

발등에 모기가 무는지 말도 못하게 따갑다.

 

어머님께서 여전히 묵묵히 꺼내시는데,

뭐라 하지도 못하고

떡을 꺼냈다...

 

정말 모기였나 보다.

 

발등에 모기에게 얼마나 물렸는지,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보시곤 놀라신다.

 

이 미련퉁이....

아!!!

 

드디어 당일,,,

 

추석날이다.

 

눈을 뜨니 여섯시이다.

 

'에라 모르겠다. 좀 더 누워있자'

 

일곱시가 되어서 어슬렁 나왔다.

어머님께서도 운동을 다녀오셨다면서

막 밥을 할려고 준비하시고 계셨다.

 

제기를 꺼내어서 일일이 닦고,

음식을 담게끔 준비해 드리고 ,

 

암튼 차례 준비끝...

 

아직 도착않은 삼촌이 있어서 (신랑의 사촌동생)

차례상을 보고도 한참을 오래 기다렸다.

 

차례를 지내고 상을 치우고 아침을 준비하면서도,

나는 제기를 닦아 넣는다고

아침을 같이 먹을 수도 없었다.

 

오늘 쯤 되니,

손가락이 놀랐는지

거짓말 처럼 손톱밑이 아파온다.

너무 아프다.

누구에게라도 아프다고 하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하겠다.

 

칼에 벤 것은 아닌데도 내 손엔

대일밴드하나가 붙어져 있고,

손가락은 물에 퉁퉁 불어 있었다.

 

가족들 다 먹은 상에 늦게 가서 누가 먹다 남긴 밥인지도 모를

밥을 들고 꾸역꾸역 먹었다.

 

아침상을 치우고

 

성묘갈 준비를 해 주고,

 

좀 들어가서 눕고 싶었는데,

 

울어머님 또 부시럭 하신다.

 

큰 딸에게 다니러 가잔다.

 

갖은 음식을 다 싸신다. (정확히 박스에 한 박스가 나왔다. )

기분좋게 준비했다.

형님도 드시고 싶으실 거야

힘드시는 건 형님이실테지...

건강히 일하는 우리가 뭘....

 

그런 건 다 좋다.

 

어머님이시니깐...

 

딸 다섯을 두신 어머님....이해 못 할 것도 없지...나도 아들딸 키우니깐...

 

부산 동의의료원엘 도착해 있으니.

몇째인지도 모를 시누이가 아이들4명을 데리고 집엘 왔단다.

 

아니, 정확히 어디에 있으니깐 태우러 오란다.

 

내가 버릇을 잘 못 들였지...미쳤지....내가....

 

집에 가 계시라고 했다...

 

지금 병원에 있어서 못 가니깐....

 

형님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울신랑 또 머리가 아프단다...

 

기다렸다는 듯이

울어머님

"머리 아프면 올라가지 마라..."

딱 한 말씀 하셨다.

 

하루 더 시누이와 아이들 시중을 들라는 말씀이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올라갈 거라고 말씀 드렸다...

 

아무런 말씀도 않으시고, 막지도 않으셨다.

 

 

어머님은 딸들에게는 알뜰쌀뜰이시다.

 

딸 많이 둔 어머님이시라는 건 안다...

 

그래도 가끔씩 서운해 오는 맘은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나에게 많은 짐을 지워주신 어머님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럭부럭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무엇이든 하나뿐인 아들이 해야하고

일은 며늘이 해야하고,

딸은 안스럽고,

나는 손톱이 아프도록 일을 해도

시누이들은 친정이라고

편안하게 쉴 수 있고,

 

자꾸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것이 곱게 보이지가 않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서 올라와서 늦은 저녁밥을 먹고,

무뚝뚝한 울신랑에게 손가락 손톱밑이 아프다고 하니,

 

그제서야 고생했다...한마디

 

엎드려 절받기이지만,,,

 

말한마디가 맘을 풍성하게도 하고,

또는 괜한 원망을 품게 만들게도 하고,

아직 마무리 덜 된 사람이라 그런지...

참......

 

 

일케 보냈습니다...

 

추석 잘 보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