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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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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달빛속에...


BY 채송화 2005-09-16

오랜만에 맑고 청명한 하늘과 해를 볼 수 있는

날이였다.

 

 잠을 청하려 아이들과 나란히 눕는 순간

맑고 청명 했던 낮의 해 만큼이나

밝은 달빛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마 내가 살아 가면서

오랜 시간 달빛에

취해 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문득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난다.

난 흔히 말하는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36살 결혼15년차 아줌마다.

 

어린 나이에 겁없이 시집와서

이혼한 시누아이들 거두고

홀시아버지 5년동안 17번의 병원 입퇴원 수발을

혼자 다 들다보니 어느새 정말 애 늙은이가

다 되어 있었다.

 

남편이 사업한다고 덥비는 통에

늘 가슴조리고 살았다.

정말 있는거 없는거 다 말아먹고

네식구 누울자리도 없어서

시누집에 얹혀살면서

시누3명 나혼자 앉아서

청문회도 당해 봤다.

 

법원에 가서 이혼서류에 도장도

찍어봤고

노점도 해보고

쌀이 없어 라면으로 몇끼니를 때울때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 몇해 전부터

허튼행동 안하고 꾸준히 일한 덕분에

밥은 먹고 살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도 하나 낳았다.

 

아직은 갈길이 넘 멀다.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 사북까지

왔을때는 지나간 과거를 되씹으려

온건 아니다.

 

저렇게 밝은 달빛 속에

별로 밝지 못했던 내 옜이야기는

접을 것이다.

 

내가 산만큼 더 살고 나면

향이 바래버린 향수를 꺼내 놓아도

내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도록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