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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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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BY 선물 2005-09-14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아침에 아버님이 외출하실 때 어머님과 전 우산을 챙겨 가실 것을 권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우산을  거추장스러워 하십니다.  우산때문에 어머님과 다투실 때도 많습니다.

어제는 아침 날씨가 좋았기에 아버님은 결국 우산을 집에 두고 그냥 외출하셨답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하늘은 늦은 밤까지 내내 굵은 빗줄기를 토해냅니다.

늦은 오후 아버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지하철 역까지 우산을 갖고 나오라고 하십니다.

아이가 아직 하교하질 않아서 제가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어머님은 그것이 며느리에게 좀 미안하셨나봅니다.

아버님 전화를 받으시자마자 소리를 지르십니다.

그러길래 우산 가져가라 하지 않았냐고...

 

지하철 역에서 아버님은 바지를 걷어올리고 계십니다.

저를 보시더니 미안한 웃음을 지으십니다.

그 웃음이 저를 오히려 죄송하게 만듭니다.

빗줄기는 세었고 제 옷은 비로 제법 젖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님은 또 다시 아버님께 짜증을 내십니다.

그랬더니 아버님 버럭 고함을 치십니다.

대충 잔소리 하라고...

 

전 압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님은 잔뜩 불편한 마음이신데 어머님까지 그러시니 더 화를 내신다는 것을...

또 어머님은 괜히 시아버지때문에 며느리만 힘들게 되서 민망한 맘으로 찌증을 내신다는 것을...

 

그러니 두 분이 다투시는 것을 뵙고 전 황송하고 죄송하고 속상하고 또 고맙고...

 

아버님께 갔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오늘 하루종일 아버님 걱정하셨어요.

노인 분이 비맞고 감기라도 드실까봐...

 

그리고 어머님께 갔습니다,

지하철 역에서부터 내내 제게 미안해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잔뜩 기운 없이 오셨더랬어요.

 

아버님도 어머님도 모두 기분이 풀리셨습니다.

말 한마디가 참 사람 기분을 다르게 만들지요.

때로는 힘든 때도 있지만 이런 날은 그래도 잔잔한 감동을 느낍니다.

서로 위함을 받는 행복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