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영국 양몰이개의 일종인 개가 한마리 있다
이름하여 "방울이"인데 그 덩치가 방울이답지 않게 제법 크다
솔직히 양몰이개라는건 나의 남편이 뭔가 명견이라는걸 갖다 붙이고픈 마음에
억지로 맞춘거구 내가 보기엔 딱 똥개다
나는 원래 개를 무척 싫어한다
길을 가다가다 좀 큰 개가 있으면 개가 무서워 둘러가고
혹 아이들이 남의 개를 쓰다듬기라다 하면 기겁을 하고 말린다
천성적으로 개가 무척 싫다
그런데 우리집 남자가 반란을 일으켰다
나 몰래 어디서 똥개 한마리를 사 와서는 아이들 방에 숨겨 두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이상 야릇한 분위기와 뭔가가 끙끙대는 듯한 소리....
급히 아이들방을 뒤져보니 책상밑에 뭔가가 웅크리고 있다
아주 내 손바닥만한, 귀여운 눈망울로 사람을 끓어들일듯한 몽실몽실한 아기 개가 보였다
순간 내 모성애가 발동했나 보다
그 자리에서 즉시 내쳐야 했건만 나는 그러지 못하고 안아주고 말았다
그 당시 한창 TV에서는 애완견키우는 프로가 시청율을 압도하고 있었고
나 역시 무심결에 저런 개를 한마리 집에서 키워도 재미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TV의 힘 이 무섭다
TV가 나를 쇠뇌하지만 않았어도 그 개를 내쳤을건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무슨 소용이리....
방울이는 참 똑똑한 개다
아기티도 벗기 전에 대소변도 가리고 주인이 주지 않은 음식은 절대 넘보지 않는다
재롱도 참 잘 한다
"앉아! 일어서! 손! 엎드려! " 등등 애교가 넘친다
지가 배가 고프면 지 밥그릇을 물고 와서는 사람앞에 놓는다
"나 밥달라고!!"
그래도 모른척하면 와서 손을 주고 꼬리를 흔들고,
이리 쓰다 보니 정말 구여운 강아지가 틀림이 없는것 같다
그런데 왜 내가 방울이를 싫어하냐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어서인가
그렇지 않다
나도 이 개를 사랑하려고 무척 노력했다
내키지 않지만 쓰다듬어 주고 밥도 주고 생선도 발라주고
그런데 내가 정말 싫은건, 참을수 없는 건
온 집안에 나는 개 비린내, 온 집안 구석 구석 널려져 있는 개털,
배란다에는 아예 배여 있는 찌린내,
견딜수가 없다
혹 누가 손님이라도 올까봐 두렵다
"너의 집은 왜 이리 냄새나고 어수선하니"
이런 소리를 꼭 들을것 같다
그래서 치우자고 누누이 주장 했건만 남편과 딸의 반대로 내 주장은 늘 허사가 된다
그러니 더더욱 싫어졌다
내가 개한테 눌려 지내는 것같아 싫고
내가 개한테 고함이라도 지르면 꼭 그날은 남편과 싸우게 된다
원래 개라는 것이 가정의 기쁨을 위해서 키우는 것인데
우리 집은 이 개로 인한 기쁨보다 남편과 나 사이에 갈등만 키우게 됐다
며칠전에는 아직 방학이라 혼자 집을 보고 있는 초등3 아들이 개한테 물렸다
놀래서 울며 전화한 아들을 달래 놓고 119에 전화를 했다
우리 아들이 개한테 물렸다고
제발 빨리 병원에 좀 데려다 달라고 울면서 호소를 했다
다행히 119는 재빨리 집으로 가서 아들의 손을 소독하고 병원에 데려다 주고 갔다
정말 119는고마운 사람들이다
집에 와서 보니 손가락을 5바늘이나 꿰맸다
그 외에는 이빨자국이 여기저거 흉물스럽게 나 있었다
이러니 내가 이 개가 싫지 안겠나???
이젠 이 개가 소름이 끼친다
집에 가면 문도 열기 전에 개 짖는 소리부터 들어야 하니 짜증이 난다
어떨때는 개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을때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렇다
작정을 하고 집에 늦게 가야지 하고 나왔다
아니 내가 없어져 주면 개하고 알콩달콩 잘들 살겠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들 사람을 무는 개는 안 키운다든데
아이들이 몇번을 물렸는데도 그 개를 구지 키울려고 하는 남편을 이해할수가 없다
솔직히 어제 저녁에도 개때문에 남편하고 싸웠으니
이만하면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
개를 치우자고 하는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
아니면 맹수같은 짐승을 집안에서 키우기를 고집하는 남편이 이상한 사람인가!!
제발 누가 이 개를 키워주실수 있는분 연락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