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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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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집 아기


BY 다정 2005-08-29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늘어진 휴일의 하루는 자꾸만 발끝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크게 틀어진 케이블의 방송으로는 거대한 몸집으로 소리를 지르는 남자 둘이서

사생결단을 하고 있었고, 드라마틱하게 해설을 곁들이는 안내자는 침이 옆으로

튀듯이 열을 내고 있었다. 한 통속이 된 시청자 한 사람과 화면으로 비치는 관람객들은

마구 야유를 보내고 곁에서 둥글게 몸을 말은 방관자는 꿈결처럼 잠으로 빠져 들고,

변한 것 없는 휴일은 그렇게 질척거리며 지나가 버렸다.

 

까무러치게도 많이 아픈 어릴 적이었다.

노랗게 병이 오른 얼굴로 해바라기를 하고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말소리로 다들 '쯧쯧'거리기 일쑤였고

눈만 휑한 아이는 읽다만 언니들의 책들도 그저 하릴없이 눈으로만

생기를 확인 받으려는 듯 열심히도 펼쳐 보며 약을 먹곤 했었다.

약기운에 잦아든 잠결 너머로

타닥거리는 칼도마의 마찰음은 소름치게 하는 폭력처럼 귓가에서

아우성을 내지르고

비명소리에 걸려 달려 온 엄마는 서늘한 손끝으로 땀을 닦아 주었었지.

섬집 아기처럼 잘 자고 싶었었다.

만성적인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을 파도 소리 마저도 방해가 되지 않은 듯이 그렇게.

 

아이를 흔들 침대에 재울 때에도 그 노래를 불러 주었었다.

넘실거리는 침대의 기울림에 맞춰 아이는 잘도 잤었지.

마루의 홈을 손끝으로 슬며시 파면서 목소리마저 혼자만의 미끄러짐에 반복적인

여운을 드리며 섬집 아기를 깨워 불렀었다.

아이는 잠이 들며 손가락을 빨며 규칙적인 숨을 내쉬는데

섬집 아기는 시간을 거슬러 여전히 혼자서 엄마를 기다리며 잠이 들곤 했었지.

 

현관 문을 나서면 현실속의 괴리처럼 허둥이게 마련이고

꼭꼭 닫혀진 창문의 반대편을 다시 채우며 정지 화면처럼

현재의 사람들과 마주한다.

방방마다 홀로 잠이 든 객체들은 그 공간에서 나름의 자유를 그리워하고

간지러운 운율의 출렁거림없는 섬에서 그 노래를 불러 본다.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생활은

책임을 곁에 두었고

챙기며 세세히 돌봐야 할 것들은 하나 둘씩 늘어만 갔었다.

 

소리 높여 함을 사라고 내지르는 함진아비들이 구경거리처럼 저녁 시간을

앗아가고 있었다. 바닥으로 흰 봉투들이 줄을 맞춰 그들을 재촉하고 농 짙은 실갱이를

자못 즐기 듯 느긋한 추임에 맞춰 함을 사시라고....아마도 12시가 다 되어서야 그들은 함을 팔았는지도. 도시 사람들은 그들의 함에는 관심이 그닥 높지 않다. 여기저기에서 되려

사지 않겠으니 가라고 소리를 치고는 창문을 닫는 소리들 뿐.

 

부유하는 섬들처럼

우리는 고립을 은연 중에 원하고 있다. 

눈꺼풀에 감기며 머리결을 쓸어 담는 부드러움은 이미 잊혀 진지 오래지만

그저 목안으로만 흥얼거리는 노래에 박자감도 없이

몸을 내맡기고만 싶은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