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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씻는 것과 저녁에 씻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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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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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엔 무얼 할까?


BY 은하수 2005-08-26

어젯밤엔 제법 찬 바람이 불던 걸요

으스스 한기를 느껴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창문을 꼭 닫고 이불을 폭 덮고 잠을 푹 잤지요

 

만날 보던 저녁 햇살인데도 지난 주말이랑은 느낌이 달라요

따갑고 덥기만 하여 커튼으로 가려 밀어내고 싶던 햇살은

이제는 해바라기마냥 자꾸 고개 돌려 쳐다 보게 되네요

 

찬바람이 불면

농부는 추수를 하여 곡식을 창고에 저장하고

꽃들은 일체를 떨구고 단지 소중한 결실만을 씨방에 고이 간직하거나 혹은

알뿌리로 땅 속에 남아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들을 추억할런지도 모르겠어요  

천지 간의 산야는 물론 거리의 가로수도 곧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여름동안 비대해버린

몸집 줄이느라 온통 몸살을 치루겠지요

그들에게는 오직 버려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일텐데요

 

사각 집에서 살고

네바퀴 차를 타고

사각 화면에서 놀고

네모창 밖을 내다 보는

인간들은 계절의 의미도 잊고 살아가는데 말이지요

 

어항속 잡혀온 물고기

박제가 된 야생 조수

물 없어도 사는 조화

도시의 빌딩에 갖힌 사람들

 

이  가을

나는 무얼 추수할까요

나의 씨방 안엔 무얼 품어야 할까요

그러려면 달라붙는 미련과 애착과 욕심은 버려야 겠지요

계절의 흐름을 타고

몸을 흔들어서라도 무언가를 떨구어버려야 할텐데 말이지요

고통스럽겠지요

 

서늘한 바람이 말하길

 

이 가을엔

버리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