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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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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엄마


BY 아프로디테 2005-08-26

모처럼 친정엄마와 함께 할인점을 찾았습니다.

청소기도 구입하고, 이쁜 손주들도 보실겸 식당일을 하시는 엄마께선 짬을 내어

한손에 참외를 한아름 들고 큰딸인 저의 집으로 오셨습니다.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시는 엄마의 모습이 저한텐 즐겁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한창 잘나갔던 멋진 엄마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찾을수 없고,

그저 시간의 약에 의존해 그 긴 시간을 겨우 버텨오신 엄마의 야윈 모습만 제눈에 들어옵니

다.  초라하고 야위신 모습....

볼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코끝이 찡합니다.

참외를 사가지고 오실정도로 아직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으십니다.

이쁘게 잘먹는 손주들 생각에 큰 거금을 들여 참외를 사들고  오셨을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립니다.

 

할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엄마께서 큰소리로 점원을 부르십니다.

내가 설명서를 보고 몇번을 얘기해줘도 엄마께선 자꾸 점원을 부르십니다.

딸의 무안함도, 멋쩍어하는 모습에도 나몰라라 하시는 엄마..

장난감을 구경하느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눈에 안보인다고

불안하다고 또 큰소리로 아이들 이름을 부르십니다.

사람도 없는 한산한 평일 오후였는데...

쩌렁쩌렁 울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순간  짜증이 났습니다.

엄마목소리때문이 아니라 우리 엄마를 그렇게 만든 그 힘든 시간들이 너무 미워서

너무도 화가났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우리엄마를 불안하게 하고,  사람들을 못믿게 했는지

그저 세월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물건값을 계산하고 나니 점원이 몇장의 스티커를 줍니다.

마침 행사가 있어서 구입한 금액만큼 그 두배의 스티커를 준다고 하니

엄마께선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지셨습니다.

이유를 몰라 엄마께 여쭤보니

스티커를 다 모으면 예쁜 식기세트를 준다고 해서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오셨던겁니다.

작은딸 시집갈때 해주신다고....이거 다모으면 큰딸것도 타다 주시겠다고...

맘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쪼들리고 힘든 살림에도 엄마께선 작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십니다.

그런 엄마가 너무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작은거 하나에 너무 흐믓해하시는 엄마를 보고,  엄마께 얼마나 죄송스럽던지..

그런 엄마를 잠시나마 부끄러워했던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다음엔 일부러라도 그 할인점에 가서 스티커를 받아야겠습니다.

우리엄마  웃는 얼굴 보기도 힘든데..그렇게라도 엄마 웃게 해드려야겠어요.

 

엄마,

큰딸이 좀 무뚝뚝하고 잔정이 없어서 그렇지

엄마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맘은

우주보다도 더 넓은거 아시죠?

건강하게 사셔서

이 큰딸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엄마,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