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매미는 가는 여름을 부여잡고
목청을 돋우면서 울고 있습니다.
가는 여름과 함께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욱더 서글프게 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어둠이 내리면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는
소리 높여 가을을 노래합니다.
낮과 밤이 서로 계절을 달리하지만 여름은 한 뼘씩 물러가고
가을은 어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 오고 있습니다.
가을속으로 들어 가는 지금
저는 여름에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지만
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 퍽 아쉽습니다.
강가에서 별을 보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구요,
자연의 소리만 들려오는 고향에 달려가
깊은 숲 속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며칠을 지내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름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서둘러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웬지 서둘러 가는 여름이 아쉬워지네요.
그래서인지 고향 산마루 고갯길에 피어 오르는 개미취와 마타리,
쑥부쟁이, 싸리꽃이 살며시 손짓하는 가을속으로
쉽게 빠져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