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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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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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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기쁨


BY 선녀와 나무꾼 2005-08-23

손가락에 무언가가 잡히였다.

죽~ 당겼다.

기다란것이 쭉 늘어났다

이상하다 이게 뭐지.

애라~

손가락에 돌돌감아 휙 ~ 당겼다.

순간 무엇이 섬뜩하게 팔목에 휙 감기었다.

음마야~

뱀이다.

휴~

나.어디갔나.

내 정신이란 놈 어디갔나.

너무 놀라 혼비백산하여 한참을 주저 앉았다.

정신을 차린후에 보니 요놈 요거 뱀이 아니고 새끼 썪은것이렸다.

고것이 밭고랑 깊은곳에 숨어있다가 이 선녀님에 팔목에 척 감긴 것이렸다

........

얼마전에 우리 부부의 노후를 위하여 산 밑에 조그만 밭을 하나샀다.

그곳에서 일을 하다가 생긴일이었다.

 

우리 남편 항상 농사짓는것이 노래였기에 그곳에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심었다.

지금은 300 평 남짓한 밭에 들깨,고구마,서리방콩,콩나물콩,팥,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옳치 우리 나뭇꾼이 김장을 갈았으렸다.

엊그제 밭에가보니 열무가 돋아 떡잎이 딱딱 갈라져 있으렸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약간 처진봄에 밭을 산후 맨먼저 땅을 고르고 골을 탄후 쌔까만 비닐을 씌웠다.

그리고 밭 한쪽으로 들깨씨을 뿌렸다.

그때부터 우리 엄마는 입으로 농사를 지으셨다.

"얘` 깨모해라."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날 우비를 입고 선녀 혼자 깨모를 했다.

선녀는 밭고랑에서 긴 소설을 썼다.

어쩌면 그렇게 줄줄 잘 써내려가던지.

꽤나 그럴듯한 소설이 끝나갈무렵 나무꾼이 찾아왔다.

"먹고 살기위해 사는데 점심을 굶어서야 쓰나."
새로 일궈놓은 밭인지라 흙이 질어 몸둥이가 완전히 흙투성이었다.

선녀는 손을 내 저었다.

"빵이나 하나 사다줘."
그러나 나무꾼은 선녀의 손을 잡아끌러 짜장면 집으로 갔다.

으메 기죽어.

때국물 빗물 흙탕물이 뚝뚝 떨어진다.

사방에서 안면있는 사람들이 눈인사를 한다.

"나무꾼아 쪽 팔리지"그랬다가 한대 엊어 맞았다.

말좀 이쁘게 써라 나이가 몇살인데 그런말을 쓰냐.

후후....

이윽고 깨모끝

그후로 들깨는 무럭 무럭 자라 내 허리 아니 가슴까지 자랐다.

흐믓 .

얼마나 흐믓한지 그동안의 힘겨움이 어느새 간곳이 없다.

우리 남편은 손님만오면 밭으로 끌고간다.

자랑하고 싶어서.

보는이마다 감탄을 하다못해 욕을하는 사람도 있다.

"너는 사람도 아니다. 언제다 저 농사를 졌냐."

한번은 시어머니께서 역정을 내셨다.

"누가 너더러 그런거 하라고했냐. 니들 그러다가 일사병 걸려 죽는다 죽어."

우리 동생 하는말

"언니 잘못되면 그게 어디로 다 떨어지는줄 알지."

그러나 우리 부부는 서로가 한없이 대견하기만 하다.

부부금술이 깨소금 맛이 되었다.

아참 그런데 호박이라는 놈이 좀체로 열리지를 않는다.

그거 심을때 둘이 너무 싸워서 그런가.

우리 남편한테 호박 모종을하려구 구덩이를 파라고 했더니 자기 손바닥 싸이즈만큼

팠다.

더 푹푹 파라고 했더니 그 다음을 자기 손바닥 두개 정도를 파고 그곳에 호박을 심으라구.

그래서 내가 막 퍼부었었다

"무슨남자 속이 그렇게 밴댕이여 당신 그것좀 널직하게 파면안뎌."

그랬다가 우리 남편이 눈에 불을 키는 바람에 한바탕 싸움이 일었었다.

그 뒤로도 두어번 다퉜지만 어느새 우리 부부는 마음 정리를 했다.

절대 농사짓는 일로 싸우지 않기로.

서로 재미있으려고 시작한 일인데 마음 조금  안 맞는 일로 싸울 필요는 없지.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친정 엄마가 팥을 심길래 나도 욕심으로 구멍을 뽕뽕 뚫고 세알씩 네알씩 팥을 심었다.

그런데 아이구 우리 부부 금술도 좋지.

내가 팥을 심은 그 구멍에 또다시 들깨모를 심을건 뭐야.

몇일후 밭엘 나가보니 아이고 맙소사.

한구멍에서 팥과 깨가 같이 크고있었다.

참말로 우리 부부가 이렇게 금술이 좋을수가.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는 숫자 많은 들깨를 뽑아내고 팥을 길렀다.

밭에서 곡식이 자라는 만큼 우리 부부의 금술이 깨소금 맛이 배어나왔다.

"여보 사랑해."
나뭇꾼 입을 틀어 막았다.

"그만 그만 이제 그만 ......

사랑은 입으로 하는게 아니야 가슴으로 하는거지..

그래 그랬었지.

 

얼마를 기다려야 고구마를 캐야하는건지.

콩은 언제 털어야 하는건지.

때를 기다리며 우리 엄마가 입으로 수확을 거두실테지.

나는 목을 길게 빼고 엄마의 지시를 기다린다.

그때는 친척들을 모두 불러모아 수확을 위한 축제를 벌여야지.

 삼겹살 노릇 노릇구워

소주 한잔  곁드리며

" 사는 기쁨 바로 이것임을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