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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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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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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5-08-23

미나리 ,파,쌀,생강,배추,설탕,마늘,김,당면,돼지갈비.히히히~

옥이가 구부리고 앉아서 열심히 적습니다

며칠있으면 아들 돌입니다

아파서 정말 너무 아파서 죽으려고 아들을 재우고 울면서 농약을 앞에놓고 지난날을 되새기며 서러움을 토해내던 옥이가 그 버리려 햇던 아들의 돌을 위해 음식 재료를 적고 있습니다

밤 새워 울던 아들을 그때 마다 안아주지 못하고 피로와 과로에 지친 신랑한테 맡기고 진통제와 마취제로 한 밤을 지새워야만 햇던 옥이...........

아침이면 겨우 아들 기저귀만 빨아널고 다시 누워 아픔을 견디며 오늘도 저 아들과 어찌 하루를 보낼까 걱정에 휩싸이던 옥이...

그 옥이가 아들 돌을 위해서 많은 음식을 하려고 합니다

길 다란 부엌에 베니아판 찬장 하나에 세멘부뚜막에 석유곤로 하나 그리고 연탄보일러 이게 다인 옥이 부엌살림에 정말 엄청난 음식을 만들으려 옥이가 분주합니다

아들을 업고 두툼한 지갑을 손에 꼭 쥔채 옥이가 시장을 갑니다

푸른 야채.붉고 반지르한 고기들 .생선.오늘따라 옥이 눈에 호박이나 콩나물 따윈 들어오지 않습니다

옥이도 오늘은 부자인양 비싼것 그리고 좋은 가게에 들려서 천천히 부잣집 여자들이 그렇게 하듯 옥이도 목소리 얌전히 하고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고기 이름을 부릅니다

가게 주인들의 웃음어린 써비스가 옥이도 기분이 절로 납니다

시원한 슈퍼에 들려서 두둑한 지갑만 믿고 사지도 안을거면서 비싼데만 가서 구경을 합니다

다른날 같으면 그 앞에 서 잇지도 못할 옥이가 오늘은 정말 자만심에 버젓이 서서 구경도 합니다

아니 만져도 봅니다

슬그머니 금방 제자리에 놓을거면서도 웃음이 하루종일 옥이입에 걸려 잇습니다

금새 장 바구니가 차고 아들업은 퍼데기가 내려가 가다쉬다 반복하면서 옥이는 땀을 닦습니다

복중이라 얼마나 더운지 들리는 매미소리도 지쳤나 봅니다

가로수 그늘아래 옥이가 쉬기를 몇번  겨우 집에 도착해 아들 우유를 주고 옥이도 부채질을 해 봅니다

선풍기가 잇지만 전기세 때문에 옥이가 혼자서는 절대로 선풍기를 쉽게 틀지 않습니다

"애기 엄마 시장 봐 왔수?"

:"녜 들어오세요 오늘도 덥네요"
"아유 ~많이도 사왔네 애 업고 가서 아주 크게 하려나봐 이렇게 많이 사온걸 보면"
"그래도 못 사온게 많네요  떡도 맞추지고 못하고 왔어요 너무 덥고 애가 울어서"
"억척같이 돈을 안쓰고 모으더니 이판에 아주 나라 사람 다~먹일려구?"
아주머니 우스게 소리에 옥이가 웃는다

'예 이참에 쓰죠 머 그리고 자나는 사람들도 들어오면 주려구요 좋잖아요 음식 나눠 먹으면"
"좋치 힘들고 돈이 많이 나가서 그러지  이런 떡들은 나눠 먹으면 애 엄마도 애도 좋은 법이거든"
아주머니가 시장 물건을 주섬주섬 꺼낸다

옥이도 나와서 정리 해가며 다듬고 씻고 절이고 썰고  무치고 튀김하고 바쁘다

석유냄새가 많이 나는 곤로에 옥이가 혼자 부산하게 움직인다

"아우 어쩌지 숟가락도 모자라고 애 옷도 없고 마당에 깔 자리도 없고 저녁에 손님들이 오면 전깃불도 없는데 "

혼잣말에 아줌마가 대답을 한다

"걱정마 내가 다 줄께 우리집 뒤란에 다 있잔아 내가 사람시켜서 다 만들어 놓을테니 걱정말어 자리며 숟가락이며 불이며 다 머든지 다 한테니 걱정마  이거 밤새워 다 해야 겟네 떡은 언제 맞추나 그래 이 저녁에 쯪쯪.."
걱정마세요 시장가는 아줌마 한테 부탁했어요 인절미 한말 백설기 한말  이렇게요"
옥이는 땀을 흘리며 음식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머 해 혼자서 "
"어!1 자기 왔네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신랑이 오자 옥이가 벌써 음식을 다 한것처럼 맘이 놓인다

아니나 다를가 신랑이 어느새 반바지로 갈아입고 애들 들처업고 부엌에 나왔다

"음...파도 다듬고 시금치도 그리고 배추도 뒤적거리고 무 채도 썰어야 하고 당근도 씻어야 하고 미역도 담궈서 헹궈야 하고 아참 고구마도 다듬고 썰어야 해요 튀김 할거니까"
"ㅎㅎㅎ 머야 그럼 여직 머 했어? 아 기다린건 아닐테고 부엌에 있는거 보니 꾀 부린건 아닌것 같고 그렇게 많이 해? 우리 낼 먹고 망하는거 아냐? 하하하"
신랑 웃음도 옥이처럼 신이 나 있다

두사람이 말 없이 손 발이 척척 맞는다

잡채 도 했고 고기도 재웠고 아들도 자고 튀김도 해서 이쁘게 담았고 과일도 씻어서 냉장고에 넣었고 미역국은 끓고 쌀도 씻어서 담그고 나물도 무쳐서 냉장고에 있고  하나씩 하나씩 둘이서 만들어 정리를 한다

'얼마나 올까 손님들이?"
"글쎄 회사 사람들은 나이들어서 장가 갔다고 다들 먹으러 온다는데 음식이 모자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우리 색시야 ㅎㅎㅎ"
"ㅎㅎㅎㅎ 반지도 많이 들어올까  음식값이 너무 많이 들어 갔는데 우리가 가난해서 적게 들어오면 어쩌지 나 ..... 손해보긴 싫은데 "
"아고 사람아 그런거 따져서 음식 하는거야 지금? 걱정마 좋은맘으로 먹고 가는것도 우리한테는 좋은거야 알어 ? 너무 그렇게 무섭게 말하지말자 우리 알았지 ? 그냥 아들 건강하게 자라줘서 이런날이 잇으니 우리 낼 아들 자랑하면 그게 어디야 ? 그렇게 좋은 날이면 당신 아픈것도 잊으니 그것도 좋은거잖아 알았지?"
옥이가 무안해서 어쩔줄 모르자 신랑이 가만히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신랑앞에서 옥이는 금새 무안함도 잊는다

새벽별에 곤로불이 환하게 비춰지고 아직도 못다한 음식 재료들이 옥이 눈에 훤히 보인다

옥이 손등이 기름에 튀어 벌겋게 부풀어 있다

'아프지?"
"아니 괜찮아요"

두 사람 모두 피곤하지만 서로 들어가 자란 말을 안한다

음식할게 많아서 서로 안하는것이다 하지만 피곤한걸 둘은 사랑으로 나눈다

음식 쓰레기가 쌓이고 음식은 거의다 만들어 지고 마지막 설겆이에 신랑이 하품을 한다

내일은 엄마도  동생들도 그리고 친척들도 온다

처음으로 옥이 사는 집에 친척들이 온다

마당 곤로에는 미역국이 펄펄 끓는다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쇠고기 냄새가 좋다

옥이가  칼을 들고 나가 들통 뚜껑을 열고 고기를 찾아서 푹~찍어 부엌으로 온다

도마위에 고기를 놓고 젖가락으로 한쪽을 누른뒤 칼로 석석 자른다

두껍게 썰어서 왕 소금에 푹~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얼마나 맛잇는지 아껴서 씹으려 해도 자꾸만 씹어지고 금방 쏠락  목으로 넘어간다

신랑도 먹는다

"맛잇다 그치?"
"응 그만 먹자 모자라겟다 얼른 다시 갖다 넣자 응?"
신랑이 아쉬운듯 작게 말하지만 옥이가 그소리를 크게 들었다

오랫만에 먹어보는 쇠고기 맛에 둘다 미련이 있지만 더 먹으면 고기가 모자라다는걸 알고 있다

새벽 달빛이 더 밝다

'자자 1시간이라도 자야지 낼 손님 접대를 하지 응"
신랑이 옥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아들이 곤히 자고 있다

기저귀가 흥건하도록 오줌을 싸고 잔다

신랑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병에 우유를 타 놓고 옷을 벗는다

"잘자 색시야 낼도 아플까바 걱정이다 내가 많이 할테니까 걱정말고 푹 자 알았지?"
옥이가  두 눈을 슬쩍 감아 보인다

옥이의 행복한 윙크에 신랑이 옥이 뺨에 뽀뽀를 해준다

처음으로 음식냄새가 꽉찬 방에서 옥이는 배부른 잠을 잘것이다

아주 행복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