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다니는 합기도장을 가려면 강아지풀이 가득피어있는 공터를 지나고
놀이터를 지나 행길을 건넌다
그곳에 "머리를 사랑하는곳"이라는 미용실을 우측켠에 놓고 골목으로 들어간다
입구에는 큰 밤나무 두그루가 우뚝 서서 가을을 기다리고
50m정도 올라가면 전원주택이 나온다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다 보니 아파트를 빼고는 모두가 전원주택이다
그 집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며 채마밭에는 먹을거리보다 아름다운 꽃들로
피고 지고 하기를 여름내내.....
칸나, 도라지, 다알리아, 과꽃, 채송화, 백일홍, 접시꽃......
나는 가끔 작은 아이를 기다린다는 목적으로 꽃들을 맘껏 디카에 담아다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곤 했는데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띠는 꽃이 접시꽃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라는 접시꽃,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남편과 아이들한테 열씨미 설명하며 열을 올렸다
죽은 아내를 추억하며 써내려간 시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접시꽃
붉은색,흰색,자주색,노란색 접시꽃은 큰 접시만하게 가득피어있었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처음엔 접시꽃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듯
주채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처음엔 도종환님의 시를 읽고 아내가 죽으면 절대로 다른이와 결혼하지 않으리라고
믿으며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인이였는데
아내가 떠나고 얼마 안되 언제 접시꽃 당신이란 시를 썼는가십게 재혼을 하게되어
많이 실망한 내 젊은날이 생각난다
그래서 아이한테는 아름다운 추억처럼 이야길 했지만
남편에겐 괜시리 얄밉다는 투로 말해버렸다
하지만 접시꽃을 바라보며 아내의 생각을 한다는 그때 만큼은 진실이고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한다
그래서 접시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감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