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가 오네.
물이 좋다... 물론 위험하지 않을 만큼만...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수많은 흰 사선들이 내려와
아스팔트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 쏴아...
내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
말갛던 시야가 금새 뽀얘지고
저 주차장에 세워둔 차들은 졸지에 공짜 세차를 하고
은행 나무는 초록색 수많은 가지를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샤워를 한다.
가을이 오고 있으니 몸 단장을 하는 것이리라...
너두 가을을 사랑하니...
길 건너 빌딩도 쏟아지는 빗줄기에 가려
안개가 낀 것인지 수증기인지
삭막함을 떨구고 아련하게만 보이네...
쏟아져 내린 빗물은
아스팔트 위를 흠뻑 적시고도
고인 물은 흘러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은빛 여울이 된다.
물 비늘이 반짝이며 빛을 낸다.
물 위에 자동차가 떠 있네...
여름 소낙비는
단조로운 풍경에 정감을 더해 주고
나가서 수채화의 일부가
나두 되 볼까나...
비야... 더 내려라...
푸석 푸석 흙 먼지 날리는
가슴 촉촉히 적셔 다오...
이쁜 정원 만들려고
꽃씨 하나 심어 보게...
무심한 비는
어느 사이 그치고
네모진 창에 고운 유리구슬들만
내 눈을
씻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