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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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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BY 재재맘 2005-08-10

누군 결혼 잘했다더라.

그 말 부럽던 적 있었다.

 

너 처녀적엔 제일 멋쟁이였는데

동창들이 만나면 네 얘기한다. 너 너무 변했다고...

속상하고  참 듣기 싫더랬다.

 

총각같은 남편이랑 사니 좋으시겠어요.

들을 때 마다 기분 묘했다.

 

어느날 울 엄마가 그러셨다.

나 사는게 당신 젊을 때 사는거랑 똑 같은 거 같다고

날 보면 당신 살아온 세월이 서럽다고...

자식 위해 모든걸 희생하셨는데

보고 자란게 그것뿐이라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고 사는가 싶다시며... 

  

 

내 스스로 꽤 벌고도 날 위해서는 루즈 한 번 제대로 안 샀다.  

남편은  기 안죽이려 할 수 있는 한 고급으로 차려 줬었다.

시댁에도 난 못먹어도 항상 최고급으로 해드렸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집 도우미가 주인이고 내가 도우미인줄 알았었단다.  

 

나이 사십에 죽을 고비 넘기고서야 알았다.

그렇게 산게 결코 잘 산게 아니었음을.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했는데...남편도 섭섭하고, 시댁도 섭섭하고,

아이들, 후에 항상 후줄근한 엄마로 각인되어 한이 되겠구나 싶고

숨도 제대로 못쉬고 누웠는 날 매일 와서 챙기던 울 엄마한테 진짜 불효했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젠

 

젊은 신랑한테는 와이프 잘 만나 안 늙은거야 할 줄도 알고

   ( 사실 집에서 바가지 박박 긁어봐라. 어찌 안 늙겠나?)

 

넘들이 와이프가 연상같아요 하면 돌아와

 "편하게 산 사람들 안 늙는거 알지? 나 안 늙게 해줘. "  할 줄도 안다.

 

나 위해 마사지도 하고,

집안일 팽개치고 운동도 다니고

가끔은

좋은 옷도 사 입는다.

기진맥진 하기전에 알아서 약도 사먹고 자리보전도 한다.

 

책임감에서, 도리에서가 아닌,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 가는 만큼만 하고사니

남에게 기대도 않고

만나는 이들 모두 그저 반갑고

섭섭한 일도 별로 없다.

 

혼자 지던 짐을 남편쪽으로 지워 주기 시작한 지 2년,

남편이 조금씩 늙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