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7

그 놈이 그 놈이지


BY 루나 2005-07-22

몇일전 오랫만에 친구가 전화로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자기네 집에서는 잔디좀 깍아라 하면 말을 듣지 않던 녀석이 여자친구집에 가서는 ..

이제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귈 나이로 슬슬 접어들면서 자신의 딸아이가 내가 잘아는

아들 친구와 사귄다고 하여 그 아이에 대하여 좀더 상세히 알고 싶어 전화한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 이야기를 내게 한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건 아들가진 엄마가 속상해 하면서 하여야 할말인듯 싶은데.   

어찌되었건.

어제 밤 분명히 "내일 아침 파주지요" 한 대답이 있었기에 아침 늦게 일어나 샤워하러 

들어가는 아들에게  "먼저 파주고 하면 안될까" 하였더니 못마땅해 하면서 삽을 들고

나선다.  내가 힘만 좋으면 내가 하고 말건데.  참 치사하기도 하고.

푹푹 한 10분 넘게 파헤치고 샤워하고 기꺽 더운밥 하여 놓았더니 시간이 없다면서

그냥 나간다.

먹기 싫어면 먹지 말라지.

 

저 녀석도 친구 말처럼 집안일은 도와주지  않으면서  만약 여자 친구네 일이 있다면 

부탁하기도 전에 열나게 팔걷고 나서겠지.

모르는것이 약이라더니 그 말을 듣고보니 엉뚱한 생각들에 서운함이 깃들기도 한다.

 

나중에야 그럴갑세,

그래도 한삽씩 파헤쳐 놓아 주었으니 고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지 않은가..

호미로 파 헤치려 하였으면 감히 엄두나 낼수 있었겠나?

올해는 꼭 그늘지는 시원한 곳으로 옮겨주어야지 한 단풍도 옮길수 있었으니 

내 원하는 것을 하였으니 굳이 서운한 것도 없는데.

 

어제는  어찌하여 남편이 하루를 쉬었다.

하루종일 운전기사가 있으니 내안에서 해야 할일을 마구 꺼집어 내고 싶었다. 

남편의 일은 우선 쿡톱과 렌지후드를 바꾸어야 하고 또 골프채 손잡이를 다시 쒸워야

하는 것이였고.

나의 일은 집 바로 옆의 학교에 잠깐 들리는것과 오래전에 빌려본 책을 지나갈수도

있는 길인데도 일부러 가게되지 않아 우편으로 붙이려 하였는데 오가는 길에 그곳을

들려 책을 돌려주는것 그것이 고작이였다.  

 

그곳은 아주 오래전엔 간혹 들릴지라면 야채들을 한 바구니씩 거두어 오던 곳이였다.

오래전 부터 알던 언니인데 그의 손에만 들어가면 모든것이 성공적으로 수확을 할수

있어 마치 농사일을 하기위해 태어난 사람같았다.

오래전 아들이 서울에서 가져온 꽈리도 몇년을 정성을 쏟았어도 우리집에서는 흔적도

없어져 버렸는데 그곳에서는 빨간 꽈리를 실에 꿰어 주어 내집에 걸어두고 있을 정도이니.

 

"상추 묘 좀 줄까" 말 나오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한삽 퍼 왔다.

들어오면서 본 쑥이 있길래 달라고 하였다.

왜인지는 잊어 버렸는데 언제 쑥을 좀 얻어다 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어.

그리고 10월경에 전에 살던 "타즈마니아" 섬으로 다시 돌아 갈거라는 말에 

" 땅속에 있는 도라지와 ..  꽈리등을 어떻게 하지"  언뜻 생각나 파 달라고 하였다.

지금 동면하고 있을때 옮겨야지 조금 더 있으면 늦어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잘 길러서  종자가 없어지지 않게 대를 이어가야지.

만약 후에 종자가 없다하면 그땐  다시 새끼쳐서 되돌려 주어야 하니까.

나는 잘 안다.

우리 밭에서 야채가 수확될 즈음에는 가게 야채가격이 무지 무지 헐값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몇년간 농사를 짓지 않고 화초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왠지 놀고 있는 땅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고 게으름의 표상인것 같아 결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작년 바자회에 하얀 데이지 모종을 70개를 만들었는데 그냥 나누어 주고싶어.

이번에는 자잘한 분홍과 하얀색이 피는 작은 난을 나누어 볼까도 싶고 도라지도

나누어 줄수있게 화분에다 몇개를 심었다.  

더덕은 넝쿨로 꽃이 예쁘다고 하여  몇개는 심고 혹시 실패를 염려하여

몇개는 친정집에다 심으려 두었다.

 

내 아들이라고 뭐 별다르겠냐? 다 그놈이 그놈이지.

뭔 기대를 하고 살려고.. 

이렇게 파 준건만도 감사하지.

파헤쳐진 흙속의 뿌리들을 뽑아내고 흙을 고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긴다.

층계밭으로 만들까 위쪽은 흙을 돋우어 조금 높게 하고 그 다음 밭은 조금 낫게.

한 종류씩 분류하여 조금씩 낫게하여 물이 흘려내려 갈수 있도록.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꽤를 부리고 있는 자신이 웃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1층은 상추 2층은 부추 는 이미 심기워 졌고. 그 다음은 고추, 깻잎,

담 가까이는 옥수수.... 

 

한시간 반쯤 자나 쉬고 있으려니 아들이 들어온다. 왠일?

아침에 무엇을 갖다 주어야 할것이 있어 조금 바빴다나.

그리고 하는 말.

"엄마 계란 덧밥 하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