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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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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가 열렸어요?


BY 송영애 2005-07-16

    팬티가 열렸어요?
    
    며칠 비가 와서인지 베란다에 말려 놓은 빨래가
    영 마르질 않았다.
    그런데 여름햇살이 잠시 구름 사이를 꼬물꼬물 비집고 나오는 것이었다.
    베란다에 나가서 
    빨래들이 햇빛을 먹고 뽀송뽀송 마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옷걸이를 베란다 밖 난간에 걸쳐놓는데
    빨래 중에 뭔가 하나가 옷걸이에서 떨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필 내 꽃무늬 팬티가 주책없이
    나뭇가지에 턱하니 걸쳐 앉았다.
    '이를 어쩐담?'
    누가 볼 새라 후닥닥 일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5살짜리 딸아이가 포르르 뒤따라 내려온다.
    
    일층에서 팬티가 빨리 떨어져 주길 간절히 바라며
    나뭇가지를 마구 흔들어 대는데
    딸아이의 한 마디가 나뭇가지를 흔드는 날 웃긴다.
    "엄마, 팬티가 나무에 열렸어요?"
    "아니, 걸렸어."라며
    무심코 대답을 하고 다시 나뭇가지를 흔드는데
    "그닝까, 팬티가 열렸냐이까요?"
    다시 듣고 생각해 보니 웃음 밖에 나오질 않았다.
    "응 그래 팬티가 나무에 열렸네? 그런데 창피해서 얼른 집으로 가져가야 해."
    다행스럽게도 팬티가 내 속을 조금 태우고 떨어져 줘서
    누가 볼 새라 팬티를 들고 2층 계단을 단숨에 올라왔다.
    
    떨어진 팬티 하나와 딸 덕분에
    우리 집 나뭇가지에 행복 하나가 열렸다.
    http://cafe.daum.net/go0330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