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책상앞에서 흔들의자를 옆으로 조금만 틀어도 전신거울이
나를 비춘다.
의자에 앉은 퉁퉁한 허리선과 굵은 다리와.머리 흐트러진 모습과
웃음잃은 멍한 얼굴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기분이 나빠질려고 그런다.
거울은 왜 거기 있는걸까...
밖에 비는 내리고 오늘따라 심심하다.
혼자 남겨진 시간이 오늘따라 왜 이리 길까...
밖에 테니스코트장은 어제까지는 시끌벅적하더니 오늘은
조용하다.
비오는 탓이겠지...
놀이터에 뛰어노는 어린애들도 없다.
비때문이겠지...
냉장고 야채박스를 뒤져보니 언제적 참왼지 두알 뒹굴고 있다.
하나를 깍아 먹어 보았다.
외외로 달다..
고것 아직 맛있군...
컴퓨터속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그것도 시시하다...
재미가 별로다...
다시 냉장고로 갔다.
옥수수가 눈에 들어온다.
옥수수 두개를 냄비에 앉혀 삶았다.
어그적 어그적..
요것도 달군...
귀여운것...
다시 거울을 본다.
아까보다 더 뚱뚱한 할머니가 나를 쳐다본다.
아니 그새....
안되겠다...
훌라후프를 돌렸다.
허리에 얹어놓고 휭휭.....
고것은 아직 내가 잘하지...
돌아라..돌아라..훌라후프야...
아까 먹은 참외랑 옥수수야 살로 가지 말아라...
너희들마저 나를 배신한다면 나는 소박댕이 신세를 면치 못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