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아줌마의 일기
-손이 예쁜 여자이고 싶다-
송영애
"우리 제수씨 손이 참 이쁜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아니네?"
종일토록 포장마차에서 기름냄새와 씨름을 한 후,
회를 먹자는 시댁식구들과 횟집을 찾았다.
야채에 회를 싸서 한 입 먹고 있는데
곁에 계신 아주버님께서 회를 싸서 먹는 내 손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었다.
순간, 늘 기름에 찌들어 있는 내 손을 얼른 한 번 바라보았다.
호떡을 굽고 튀김을 만들어 내느라
손톱엔 늘 때가 끼어있어서 어딜 가나 당당하게 손을 내 놓지도 못했고
손톱 밑의 때가 신경 쓰여
좋아하지도 않는 매니큐어를 바르느라 많은 시간들을 허비하기도 했었는데
아주버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뭔가가 울컥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굳이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예쁜 손을 갖고 싶은 소망은
다 같을 것이다.
포장마차 일을 하기 전엔 나도 손이 예쁘다는 소릴 많이 들었었다.
하얀 피부는 아니었지만 통통하고 나름대로 예쁜 손이었는데
기름에 찌들고 추위와 동거를 하다보니
늘 검고 초라한 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주버님, 저도 예전엔 예쁜 손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손이 변했네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느라 듣지도 않는 아주버님께
작은 소리로 얘기한 후
신경 쓰이는 못생겨져버린 손을 자꾸만 바라보며 회를 먹었다.
포장마차 일을 한 후론,
어딜 가나 당당하게 손을 내놓지 못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버렸다.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로
일하는 손이 아름답다느니,
뭐가 부끄러워 그러느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하지만
솔직히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투박해져버린 손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기왕이면 예쁘고 고운 손이면 더욱 좋을걸 하는 생각에서이다.
언젠가, 발레리나 강수진님의 발을 찍은 사진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도저히 사람의 발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울퉁불퉁하게 변해 있는 발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동안
그녀의 발은 얼마나 많은 지옥 같은 길들을 걸었을까.
발이 그렇게 무섭게 변할 때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한 그녀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꿈이 있기에
예쁜 손쯤이야 포기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하얗고 고운 손을 갖고 싶다.
오늘 저녁엔,
내 꿈을 위해 하루종일 고생해준 내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오래도록, 오늘 하루 너무나 수고했다고 어루만져주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