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운나래 송영애 "이름이 뭐니?" "오곤나래요." "뭐라구? 이름이 뭐야?" "오곤나래요." 5살 난 내 딸의 이름은 '오고운나래'이다. 사람들이 이름을 물으면 발음이 아직 서툴러서 '오고운나래'가 '오곤나래'로 들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한 번에 잘 알아듣질 못한다. 힘겹게 얻은 내 소중한 딸 오고운나래. 임신 8개월에 갑자기 진통이 와서 새벽길을 가르며 병원엘 갔더니 아이가 나올 기미가 보인다고 제왕절개를 해서 애를 낳으란다. 8개월만에 태어난 아기라 체중미달이었다. 1.5kg 밖에 안 되는, 딸기 한 근이 조금 넘는 무게의 작은 아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인큐베이터라는 답답한 기계 속에 한 달이나 갇혀 있으면서 눈을 가리고 많은 주사기를 고사리 같은 몸에 꽂아 우릴 애태우며 아팠던 딸. 처음으로 무뚝뚝한 아빠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던 내 고운 딸. 엄마 아빠의 속을 아프게 태우던 그 딸이 벌써 5살이 되어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을 안겨 주고 있다. 이름을 지을 때 참 많은 고민을 했었다. 딸아이가 태어날 땐 한글 이름이 유행인지라 난 꼭 한글로 짓고 싶었다. 예쁘기도 하고 부르기도 좋았다. 큰 아이 이름도 한글로 짓고 싶었지만 집안 어른들께서 돌림자인 '근'자를 넣어 지어야 한다고 하셔서 한문으로 승근이라 지은 것이 두고두고 속상했다. 내가 낳은 자식을 이름도 내 맘대로 짓지 못한다는 것이 그 땐 얼마나 속상하던지. 남편과 아이이름 때문에 다투기도 많이 했었다. 남편도 시댁식구들과 나 사이에서 갈등도 많이 하고 힘들어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이 번엔 꼭 내 맘대로 이름을 지으리라 결심하고 아주버님께 물었더니 딸이니까 맘대로 지으라고 하셨다.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딸을 낮추는 것 같아 서운했다. 아주버님께선 한글 이름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꼭 내 마음대로 지으리라 결심하고 책을 사다 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낱말들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고운 이름 짓기에 고심하였다. 여러 가지 이름을 써 놓고 남편과 상의한 끝에 '오고운나래'로 결정하였다. 고운 나래 활짝 펴고 이 세상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고운 꿈을 맘껏 펼치고 살아가라는 뜻으로 지었다. 엄마가 못다 이룬 꿈을 아이가 자라면서 이뤄주길 바랬던 것일까? 그런 건 아니었지만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자란 난, 아이들만큼은 가고자 하는 자신의 길에 걸림돌이 놓이지 않고 잘 자라라는 마음에서였다. 고운 나래 펴고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이며 행복인가. 이름처럼 고운 꿈을 마음껏 펼쳐서 소망하는 일들을 꼭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뜻한 봄날에 태어난 내 고운 딸.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주니 모든 일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고운 이름 널리 세상에 떨치길 엄마는 소망한단다. "니 이름이 뭐니?" "오곤나래요." 아직은 발음이 서툴러 늘 우릴 웃게 만들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 고운 이름을 똑똑히 발음 할 수 있을 때 고운 이름을 지은 이유를 말해주련다. 오고운나래를 낳던 날 새벽, 배가 아파 남편과 함께 자는 아들을 깨워 차에 태우고 가는데 아들은 엄마가 배가 아프니 걱정스러운지 내 손을 꼭 잡고 놓질 않았었다. 지금도 내가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한 마디 하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엄마, 또 고운나래 같은 아기가 나오려고 해요? 빨리 병원 가야죠?" 아들은 어느새 사색이 된 얼굴로 날 쳐다본다. http://cafe.daum.net/go0330go(송영애의 행복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