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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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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아무나 하나


BY 루나 2005-06-18

지난 주말은 영국여왕의 생일이 월요일이여 긴 주말이였다.  

남편은 오랫만에 친구들과 한데모여 골프를 간다고 했다.

할줄아는 부인들도 함께 가는데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 있자니 답답할것 같아 따라 붙이기도 하였다.

조금 큰 차를 빌려 포게어 골프채를 실고, 1시간 남짓 야외로 오랫만에 나오니 날씨 또한 좋아 마음은 한결 상쾌하였다.

 

골프장은 두어군데를 따라 가보았을 뿐인데 이번에 온곳은 한 켠에는 목장들이 또 한켠에는 낮은 나무들이 빽빽히 심겨진 야산위에 높지 않게 돌산이 병풍처럼 둘려쌓여 그림 처럼이나 아름다운 곳이였다.

앞이 휑하니 뚫려 넓고 시원한 곳은 없었지만 조목 조목 아기자기한 작은 동산들이 그 넘어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어 걷는것도 재미있었다 

작은 동산에 올라 볼지라면 그 넘어에는 작은 냇가에 물이 고여있기도 하고.

제법 커다란 계울들이 군데군데, 셀수도 없이 숫한 공들을 함께하고 있을것이다.  

 

남편은  아주 오래전에 골프를 시작하였다.

한창 재미붙어 있을때는 주일 교회가기전 세벽에 골프를 하고

부리나케 식구들을 데리고 교회출석을 하니 바쁘기가 한정없었다.  

어느날, 교회에 와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골프신발로 바꿔 신기위해 신고간 운동화를 그냥 신고 있더라나.

그날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도 주일에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뒷마당에 커다랗게 멋없이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연습을 하였다. 지금에는 없어진 대신 농구대가 서있지만.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어도 부족할 즈음에도 시간만 있어면 나갔다. 덕분에 우리들에게서는 아예 왕따를 당하기도 하였지만 아랑곳 없었다. 그런 이유로 자연히 골프라는 운동은 나에게는 가장 미운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이곳에서는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다 주말에 노는 날이면 하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데 좋아할 마누라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 아이들이 슬슬 떠날준비를 하는 즈음.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배우기 위한 명목으로 친구들은 하나

하나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따로 할 운동도 마땅치 않고.

이유야 충분히 그렇듯 하고 사실이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미운 털이 깊게 박힌 것을 빼버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몇달전 어느 한날 한국에서 회사가 망하여 덩핑으로 들어온 골프셋트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함께 일하는 분들이 사서

쓰는데 질이 괜찮다고 남편이 귀뜸을 하여주었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잊어 버리고 있은중,

어느 날, 석가게를 하는 친구네 잠깐 들렸는데 골프코치를 하고 있는 친구아들이 마침 들렸다. 바로 앞의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다한 기억이 나 가격은 싼데 질이 어떤가 보아 달라고 하니 가서 보고온 친구아들이 괜찮은 거라고 친구한테 사라고 종용하는 바람에 나와 함께 사버리고 말았다.

마침 바퀴가 달린 가방도 있어 한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쉽게 준비할수 있었다.

 

사실 시작하려고 마음 먹는다 치더라도 준비하려면 어느것을 사야하는지 주머니 사정도 따져보아야 이곳 저곳을 다녀야 하는데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신발도 어느날 문닫는 한국식품점에 들렸다가 하나 나온것이 운좋게 사이즈가 잘맞고 가격도 $40.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라 샀다.  

생각하여 보니 몽땅 합쳐서 장갑빼고 $790 들었어니 남편 우드 하나 사는것 보다도 훨씬 싼가격이다. 한국 사람들은 비싼것을(?) 좋아하여 누가 서울 나가 이 상표를 물으니 그렇게 싼것은 자기네는 팔지도 않는다고 하였단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연습장으로 갔다. 3번째 온것이다.

시작할 마음먹은 것만도 다행인지 몇몇 친구들이 데리고 다니기로 자청하고 나섰다.

처음은 와서 시간이 촉박하여 정신없이 한 바케츠, 팔을 길게 뻗으면 다시 줏을수 있을 만큼씩 치고 아랫배가 아파 몇일 힘들었었고.

두번째는 남편과 와서 20개 정도.

제발 렛슨을 받아라 다시 말하노니 받으라. 하던 남편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그냥 자치기 식으로 쉽게 치면서 재미를 붙이라고 하였다.

이랬다 저랬다 왠 변덕이람. 

 

오늘은 적은 바케츠를 80. 친구는 시계추가 움직이는 것처럼 크게

왔다갔다 가운데 볼 엊는 것에 올때는 힘차게 쳐라.

소리가 딱딱 나도록...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아침 안먹었냐.

난 정말이지 손힘이 다른 무엇보다도 약하니 아무리 세게쳐도 소리는 나질 않았다.  

마침 렛슨하려 온 학부형이 공을 40개 더 갖다 주며 렛슨 받으세요”.

한마디 권하고 간다. "녜, 아마 받고 시작해야 할것같네요". 말은 하였다만  어느 세월에 렛슨 받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너무 힘들것 같다.

렛슨비도 공 포함하여 12번에 $300이니 비싼것은 전혀 아닌데.

물론 단체 렛슨이긴 하여도.

 

저녁무렵이 가까와 오지 오른손등과 팔목에 진통이 오기 시작하였다.

얼마전 좋은 가을 무우가 나올즈음 덤벙덤벙 큼직하게 썰어 담은 무김치를 엄마와 여동생이 맛있다고 하는것에  재미가 들여 한 몇번을 담으면서 손이 삐꺼덕 거려 졸업을 하였는데. 

뭔가 크게 코투리 잡힌양 크게 탈이 나고 말았다.

 

너무 많이 한꺼번에 쳐서 무리가 온것일게다. 

책에서 잡으라 하는데로 왼손가락 3개와 오른손 가락 2개로. 손바닥으로 잡지 마세요.. 라는 것은 외우면서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탓인가.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다음주 부터 몇주 안있어 방학도 끼여 렛슨을 받을까 코치한테 명함도 받아오고 친구가 함께 가 주겠노라고 약속도 하여 두었는데.

이게 웬일이람.

 

도무지 움직일수가 없게 아파 진통제를 먹고 파스붙이고 붕대로 움직이지 않게 칭칭감았다.

자연히 설겆이는 남편차례. 킥킥대고 웃는 남편에게 절대 골프하다 다쳤다고 누구한테도 얘기하지마 쪽 팔리니까. 다짐받기는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람.

 

아휴! 정말 이것을 하여야 하는거야, 말아야 하는거야.. 

참으로 감이 안잡히네. 골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