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무늬, 비슷한 색깔의 직장 생활, 그런 날들의 연속에서 오아시스처럼 찾아든 황금연휴 3일!
연휴의 첫날 토요일은 잠자리에서 느슨하게 여유를 부리며 11시까지 잠에 취해있었고
부시시 일어나 찬물에 세수를 하고 언제나 처럼 집안일로 한나절을 보냈다.
뭐든 반듯 반듯 놓여져 있지 않으면 집안 공기가 덥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길다란 딸아이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눈에 뜨이면 얼른 청소기 전원 연결하여 드르륵 빨아들이고~
열심히 털고 닦고~
휴~~
이제 뭘하지?
딸아이는 주말 아르바이트에 지각이라도 할까 부산하게 서둘러 나가버리고 적막속에 고요가
순간 무섭도록 곁으로 찾아든다.
어디로 갈까?
이제 무엇을 하지?
아까운 시간 아까운 연휴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연휴의 둘째날!
날이 밝았다.
새벽 5시 조금 넘어 눈이 절로 떠졌다.
아~ 외로워~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어찌이리 가슴속에 냉기가 찾아 드는것일까?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네었다.
양파 당근 호박 가즈런하게 채썰어 한켠으로 밀어놓고 계란을 풀어 섞어 놓았다.
햄이나 스팸이 내 보기에는 맛이 훨 났던데 언제나 딸아이는 길다란 쏘세지를 고집한다.
유효기간이 지났는지 살펴보니 아직은 아니다.
그 밋밋한 맛의 쏘세지도 채썰어 넣고 후라이팬에 몇장 동그렇게 지져네었다.
노릇하게 구운 식빵에 사이 사이 부쳐진 야채계란 부침을 넣고 오이와 치즈 토마토를
얹어 삼각형으로 자른뒤 접시에 줄 맞춰 담아 내었다.
어제처럼 주말 아르바이트 나가는 딸아이게게 맛있게 먹으라 식탁에 올려 놓으니
새처럼 잘도 먹는다.
첫날 어제처럼 둘째날 같은 시간 딸아이는 집을 나서고
또다시 휴~~~
그때 친구 얼굴이 반짝 떠오른다
그래~~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가라 했는데 떠나자 떠나~~
쳐져있던 마음에 날개를 단듯 순간 기분이 가벼워진다.
인터넷 으로 버스표 예매를 하려니 친구가 사는 전라도 광주는 배차시간이
연달아 자주라서 수시로 표구입이 가능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홀가분 집을 나섰다.
버스 전용 도로를 달려 그런지 시원스레 호남선 도로는 뻥 ~뚫려 있었고
한숨 자고나니 어느사이 고속도로 휴계소란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진 푸르른 자연의 무대(?)를 바라보니
시야가 시원 시원해진다.
와우~멋진 세상이다~~
초행길~ 전라도 광주!
친구는 터미널로 차를 가지고 나와 너무도 반갑게 반겨주었고 터미널과 가까운곳에
위치한 친구 집으로 안내를 하였다.
나처럼 홀로서기에 힘겨운 친구이다.
친구는 우선 집에서 어제 담근 김치가 삼삼하니 시장끼부터 채우고
그다음 무등산 드라이브를 떠나자고 하였다.
손가락으로 포기 김치를 주욱죽 길게 찢어내고 친정인 제주도 다녀오면서
가져왔다는 싱싱한 고등어는 노릇 노릇 구워 올리고 풋고추와 잔멸치 조림도언제
볶았는지 한 접시 담아 내앞에 놓는다.
맛깔스런 음식들이 입에 착착 붙는다.
친구의 손맛이 보통이 아니다~
맛나게 늦은 점심을 먹고 친구와 나는 쇼파에 몸을 기데고 향좋은 헤즐럿 커피를
머그컵에 한가득 따라 마시는데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서울서 친구가 내려온다고 미리 연락을 했는지 아파트로 온단다.
곧이어 딩동~딩동~
친구의 남자친구다.
그런데 오래전 부터 봐왔던 것처럼 선하고 푸근한 인상이시다.
꾸우벅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는데 요즘 주부습진으로 손이 거칠어져 내민손이
부끄러워 잠시 머믓거려졌다.
참 자연스럽다.
남자 친구를 집으로 오라하는것도 그렇고 멀리서 온 친구에게 그 친구를
소개하는것도 그렇고~
내가 갖지 못한것들...
망설이고 조심하고 그러다 한사람을 쓸쓸하게 만들어 떠나게 하고~
집을 나서서 무등산으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광주의 명동이라는 시내를 통과하고 어둠이 내린 무등산을 구비 구비를 돌고 돌아
나갔다.
창을여니 풀내음이 상큼하였고 시원한 바람또한 너무도 좋다.
5월초에 왔으면 아카시아 향이 환상이었다고 한다.
원효사!
무등산 끝머리 도로가 끝나가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원효사로 걸음을 하였다.
사방이 어둠인데 원효사 법당안은 등불과 촛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그 빛은
불이 난듯 어둠속에 찬란함으로 다가왔다.
불심이 깊은 친구는 법당안으로 들어서 정성스레 부처님전에 절을 하였다.
나역시 친구처럼 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를 위한 명복을 마음속으로
빌어주었다.
맑은 밤공기의 무등산!
광주시내 야경을 달리는 차안에서 바라보면서 계곡물을 끌어 분수를 만들었는지
물소리가 시원한 숲속의 정원이라는 음식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상에 달빛을 물빛을 곁에 놓고 정겨운 사람들과 더불어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자정을 넘어 늦도록 벗과 함께했던 좋은 시간들~
너무 소중하고 귀중하였다.
오늘 연휴의 셋째날!
황금연휴 마지막 날이기에 상행선 고속도로 체증이 심할것 같아 일찍 친구집에서
나와 터미널까지 배웅하는 친구에게 아쉬운 작별을 하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결코 길지 않았던 하루 나들이였지만 정말 나에게는 커다란 의미의 시간이었다.
어수선 날들속에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런 날들속에서
잠시 쉼표가 너무도 절실하였기에...
친구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