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는 중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반신불수가 되고 아버지는 임시 직원이엇지요
밑으로 동생이 셋이고 옥이가 맏딸입니다
막내는 항상 징징 울고 다니며 누런 코가 항상 콧구멍에 꽉 메어 입술 주위를 누렇게 말라 버리게 합니다
이불 빨래를 작고 여린 손으로 양은 다라에 가득 쑤셔넣고 앞 개울가로 휘청휘청 걸어갑니다.
"아구 옥이가 빨래 하러 나왔구나 그래 엄마는 어쩌누 많이 낫지? 에구 외 할머니가 그렇게 아들 며느리 몰래 애를쓰니 빨리 날게다 .착해라 요즘 저 어린게 얼마나 잘 하는지 원~"
"아구 그러게요 쪼그만게 잘해 쟤 할머니가 좀 그래 그래도 저게 맏이라고 지 할머이가 그래도 저거 한테 심부름 시키고 소리도 지르고 냅다 화 풀이도하고 쯧쯧쯧"
옥이는 아무말 없이 웃으며 맨 밑에서 이불과 동생들 변변찮은 옷가지들을 물속에 담급니다.
흐르는 물은 맑은데 옥이 맘은 항상 어둡습니다.
무슨 생각에 옥이는 물을 들여다 보는지 아니 아무 생각도 않고 그저 보이는게물이라 그렇게 보는지 까만 머리 단발에 옥이는 궁뎅이를 들썩이며 지손만한 빨래비누를 찌든 빨래감에 치댑니다.
하도 손이 시려서 맑은 물에 얼른 헹구고 두 손을 툭툭 털고 재빠르게 옆구리로 손을 집어넣고 얼른 팔을 내립니다
겨드랑이속은 항상 따뜻합니다.
옥이 입가에 웃음은 그럴때만 나옵니다
조금 있으면 다시 추울텐데도 지금이 따뜻해서 옥이는 또 행복해 합니다.
먼저 왔던 동네 아주머니는 다 가시고 혼자서 샘물을 독차지 하고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혼자 독차지 해본적도 가져 본적도 없는 옥이는 얼른 윗물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물김이 오르는 따스한 샘물에 얼른 손을 넣어봅니다
동그란 파문에 옥이 손이 흔들리듯 물에 따라 흔들려 보입니다.
하나하나 빨아서 다시 그릇에 담고 옥이는 얼른 일어섭니다.
옥이가 늦으면 똥을 쌌는지 오줌에 바지는 그리고 이불은 젖었는지 알수 있는 사람은 옥이 뿐이었습니다.
할머니가 계시지만 떨어져 계셔서 할머니도 두집 살림에 항상 바쁘시답니다.
"엄마 나 왔어 엄마 배 고파 응?말해바 나처럼 이렇게 "
하면서 옥이는 머리를 끄덕이고 입술을 옆으로 벌리며 하연 이를 보이고 히죽 웃듯 해보입니다.
멀뚱이 처다보는 엄마가 옥이는 편하지 않습니다.
"엄마 말해바 응? 못하겟어? "
아무말없이 그저 풀어진 눈으로 옥이를 보는건지 아니면 문구멍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는건지 모르지만 옥이는 그래도 항상 말을 혼자 주고 받습니다.
"엄마 나 알아? 배 고프지 우리 밥 먹자 엄마 할머니가 반찬 주면서 엄마만 주래 쓸데없는 기집애들은 처먹지 말라고 하면서 그래도 엄마 나 할머니 몰래 반찬 손으로 집어 먹었는데 맛있더라 자꾸만 먹고 싶은데 다 먹으면 할머니가 알어 엄마가 안먹고 내가 먹은걸 그래서 참는거야 조금 남겨놔야 할머니가 내가 먹은거 모르니까 "
옥이는 그 작은 옥이는 정말 먹고 싶어 미치겟는걸 참고 참고 손으론 김치를 만지작 거리다 손가락을 쭉~쭉 빱니다.
눈엔 자꾸 작은 생선 튀김과 오이 소박이 한테 가는데 맨 밥만 넘깁니다.
엄마 드리는 숟가락위엔 생선튀김을 얹고 옥이는 그 발라낸 생선 가시를 질근질근 씹어 봅니다
얼마나 단물이 나오고 맛잇는지 옥이는 생선 먹는거랑 똑같다며 연신 웃어댑니다.
엄마도 웃습니다.
입에서 질질 흘린 밥알갱이를 옥이는 이불위에서 주워 옥이 입으로 넣습니다.
생선 살도 넣고 오이 소박이도 넣고 ........."맛있다 그치 엄마"
"엄마 빨리 낳아 그래서 엄마가 이런게 나 한테 해줘 엄마가 아프니까 할머니가 이런게 해주면서 못 먹게 하잖아 이런거 저런거 느 놈의 기집애들이 다 처먹고 나면 니 에미는 뭘 먹고 낫겠냐고 기집애들 소용없는데 저렇게 많이도 퍼질러 낳다고 하면서 "
옥이 눈에 벌써 그렁그렁 눈물이 쏟아질듯 고여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옥이는 그렇게 울고 또 웁니다.
뒤란에서 ,굴뚝위에서 ,가시철망 나무 뒤에서 옥이는 항상 뒤에서 웁니다.
누가 알면 욕 할까바 남모르게 웁니다.
옥이는 혼자 그렇게 우는게 편한가 봅니다.
그래도 해가 넘어가면 아까 했던 빨래도 걷고 청소도 하고 엄마도 씻기고 동생들 밥도 해주고 울음끝에 옥이는 일에 치여 웃습니다.
울던 생각이 벌써 다 없어졌나 봅니다.
오늘도 옥이는 두어번 울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이 싫은지 불을 끄면 정전기가 나는 뻘건 이불을 눈을 감은채 머리위로 끌어 올립니다.
피곤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