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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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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빌면서...


BY 모니카 2005-06-03

같은 아파트에서 언니네, 조카네 같이 살 때...

 

우리집에서 토끼(애기)를 길렀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갈색 애기를 위해서

쌉사름한 야채를 사다가 씻어서 물기를 빼서 먹이고

여름에는 애기가 좋아하는 풀을 뜯으러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들판을 헤매기도 했다..

 

근데 애기가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럽던지

우리 언니네, 조카네도 토끼를 기르기 시작했다.

 

내가 애기 하나를 키우면서 십여개월을 재밌게 살동안

두 집은 서너마리의 토끼를 들였었다..

죽으면 사고, 또 죽으면 또 사고...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강아지(보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두집에서 강아지를 들이기 시작한다.

치와와, 얼굴이 잔뜩 찌그러진 퍼그종, 또 기억나지 않는 한마리..

 

결국 퍼그와 기억안나는 한마리는 다른 집으로 보내고

치와와만 정붙이고 열심히 길렀는데..

우리 언니가..

 

얘가 얼마전부터 물만 먹으면 토하고 하더니 자꾸 말라가는거다.

옷을 벗겨보면 척추가 다 보일 정도로 등이 휘고

나중에는 배가 붙어버릴 정도로 말라버렸는데...

 

병원에서는 위염이라면서 주사맞고 약먹어서 괜찮다고 했지만

애는 계속 말라가기만 하고...

 

병원에 데려가서 편히 잠들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쁜짓하며 따라다니는걸 차마 그렇게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눈을 감았단다..

고통스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힘없이 그렇게...

 

고이 묻어주고 왔다며 묵념이라도 해달라는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삼가 고견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