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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내 아버지는 의용소방대-


BY ㄴㄴ 2005-05-28

내 아버지는 의용소방대장이였습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산골동네는 유난히 산불도 자주 났습니다
유명한 관광유흥지라 여관이나 유흥가에도 자주 불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자주 불을 끄러 나갔습니다


불끄는 소방서는 40리 떨어진 경주 시내에 있었고
동네사람들은 집집마다 빨간 드럼통에 물을 가득채워 놓고 '방화수'
자루에 모래를 넣어 입을 틀어 매어 '방화사'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모양이지만 그때 그 물통과 모랫자루는
귀중한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소방장비의 전부였습니다.
거기다 우리아버지는 소방대장이였으니 빨간색 바람개비상자에 손잡이가 달린
수동식 싸이렌이 있었던 거지요.

 

아버지는 불국사절의 신도회장, 나 다니는 초등학교의 육성회장,

동네 상가의 번영회장, 온동네 사람들의 상담자며 해결사였습니다.
혹 일이 잘못되면 고스란히 아버지께 책임이 돌아오기도 했지요.

때로는 일이 잘못돼서 아주 몹쓸 말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버지를 찾고는 했습니다.

일가친척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 우리집에 찾아와 읍소하기도 하고, 위로 받기도하고,,

아직도 그 동네에서 아버지를 기억하고 공을 치하하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암튼지 우리집은 참 시끌벅적한 집이였습니다.

우선 기본 식구가 참 많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와  딸아들 합쳐서 9남매,

우리들 키워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3-5명,

조그만 기념품공장을 했으니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자는 사람 10여명과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한 30명쯤,
매장에서 물건 파는 종업원들이 3-5명, 그 외 쌀을 대주는 사람,
콩나물, 두부등 각종 부식을 대주는 사람, 장작과 땔감을 해다 나르는 사람등..
우리집 우물에 물길러 오는 동네사람들 까지 합하면 하루에 7-80명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매우 분주한 집 이였습니다.

 

그 중에 아버지께서 가장 열심히했던 일은 역시 소방대장 일이였습니다,
공장과 가게를 제외한 각종 명예직들은 하나도 돈 생기는 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소방대장일을 가장 신나고 즐겁게 했던 것 같습니다.


꼬마였던 내 기억 속에도 가장 멋진 아버지의 모습은 숯검뎅이 온통 뒤집어 쓰고
누런 금니만 드러내 허허껄걸 웃던 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거든요
바람개비 빨간상자를 손으로 빠르게 돌리면서 '불이야~~ 부랴부랴!!' 외치며
고래고래 소리지른 일은  꼬마아이 우리들의 몫 이였지요.

 

급히 출동한 용감무식한 울아버지, 옷을 반쯤 태워먹고

머리칼을 태워먹고 얼굴은 온통 숯검정을 뒤집어쓰고 들어와 

식구들을 아연실색하게도 만들지만
아닌척 괜찮은척 껄걸 웃으며 함께 불끈 동네사람들을 와르르 데려다가

함께 밥상을 나누면서 신나게 무용담을 얘기하기를 즐겨했습니다.
다행히 아버지는 참 건강 민첩했던 것 같습니다.

 

장비도 없고 물도 귀한 산골마을에 빨간드럼통 '방화수',

모래자루 '방화사'는 참 귀한 소방재료였습니다.


급할땐 푸대자루나 나무가지를 꺾어 두들겨

발로 꽉꽉 밟아 불을 끄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묻어나곤 합니다

 

지금도 친정집에가면 아버지가 받아온 각종 상장과

상품이래야 소방대장을 그만두실 때 받았다는 두돈쯤(?)되는 금반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안식하고 계시지만

가끔 아버지를 추억하며 하늘을 쳐다봅니다.

 

사라호태풍과 불국사 개발과 함께 철거역사가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우리동네 최고의 짱으로써 자신의 몸과 이익은 돌보지 않고

오직 주민의 대변인, 용감무식한 영웅,
자신과 가족의 이익은 절대로 챙겨오는 법이 없는 아부지,

울엄마에겐 무능한 아부지,  동네에선 멋진사나이(아부지 죄송)였습니다.

 

강원도 지방의 산불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에 타
귀중한 문화유산이 재가되어 그 있었던 흔적만 남기고..
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 없을 때...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쯤,
여기저기 산불이 나고 홍수가 나면
하늘을 쳐다보며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등록
  • 패랭이 2005-05-28
    용감무식한 영웅... 하여튼 나나님의 독설화법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ㅋㅋㅋㅎㅎㅎ... 그동안 어찌 사시느라 잠수가 그리도 길었는지... 자꾸 그러시면 재미 없습니다. 모 드림님 나타날 때까정 기다리시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쌍으로 그러심 더더욱 잼 읎슴돠아~~~ ^*~
  • ㄴㄴ 2005-05-31
    아~ 패랭님,, 반겨주시니 몸둘바를(아-꽁방) 알았습니다. ㅎㅎ ㄴㄴ의 잠수건은 완존히 그넘의 도박땀시.. 고스톱에 미쳤더랬죠.. 세이고스톱에 빠져 몇년을 지낸더니 고만- 집 한채(나나홈) 홀라당 나라가 버렸네요. 인쟈 증신좀 채려야제.. 흠흠! 드림님은 꿈꾸다 왔나? ㄴㄴ랑 고스톱 쳤댔나? ㅎㅎㅎ 날씨 쥐기네요
  • 올리비아 2005-06-01
    카페식구니께 여기서도 아는척~~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