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해도 다 같은 게 아니다.
한없이 편안하다 못해 "어라? 좋아좋아 했더니..."하며 울컥 목울대 움직이는 소리.
한편, 더와라 와라~ 힘껏 손 뻗쳐도 일정한 간격 너머에서만 꼼짝 않고 마주잡은 손.
어릴적 짝꿍은 곧잘 이렇게 투덜댔다.
"똑같은 말인데도 느낌이 달라. 너한텐 조심하고 나한텐 함부로 하고. 니 말엔 맞장구 치더니 내 말은 킬킬대다 말고. 봐, 앙케이트지(그땐 그런게 유행이었다). 니 노트엔 이만큼 길게 써주고 내꺼엔 웃기는 유머만 옮겨놓고(예나 지금이나 글의 길이로 관심의 척도 삼는 이들이 더러 있다)"
내겐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왜 내겐 그럴까.
내 옆자리가 있는데 왜 옆옆에 그것도 가방을 사이에 놓고야 앉는걸까.
내 눈은 웃으면 묻히는 스마일상인데 왜 내 눈빛은 피하고 옆친구만 쳐다볼까.
집도 다르지 않았다.
불만 많던 사고뭉치 언니와 어머닌 뭐하나 의견 맞는 법이 없어 퉁탕대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하지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
손 갈데없이 앞가림 하고 생전 혼낼 일이 없는 내 앞에서 어머닌 지금도 옷 한번 갈아입으시는 적이 없다.
때마다 집의 행사는 사소한 거 하나 거르지 않는 내게 너무 정확해 너무 쌀쌀맞다,고 알듯 모를듯한 말씀을 하시는 당신에게 나도 왜 내게 다르시냐 묻지 못했다.
어르신은 오늘도 마찬가지셨다.
나는 웃었지만. 내 태도에는 바람 한점 없었지만. 내 속은 심하게 할퀴어졌다.
몇마리나 개들을 풀어 키우던 집에서 자라나 척보면 강아지 안는 방법을 알아채는 나보다
애완견 가까이한 적 없어 그저 놀랍고 신기해 살짝살짝 만지고 꺄륵대는 선희를 데려온 강아지가 훨씬 따른다시며 하시는 말씀이 다 같다.
"그놈두 이뻐할 사람 알아볼 줄 아네."
농 안하시는 양반. 웃자는 소리 아니실테니.
내 태도에는 바람 한점 지나지 않았지만. 벌개진 내 속을 나는 오늘도 한참 달래줘야 한다.
발표는 내게 시키시고. 내가 있어야 맘이 놓이신다면서 차 옆자리, 고깃집 앞자리에는 선희를 앉히신다.
이럴때면 난 <새의 선물>(작가 은희경의 어린아이 눈으로 본 세상이야기) 진희가 된다.
할머니는 인당수에 빠질 심청이로 손녀인 진희 대신 친딸인 이모를 서슴없이 택하실 게다.
그게 진희는 아프다.
어려워하고 예를 다하는 관계.
그냥 그렇게 쓰이는 마음.
그걸 받아들이는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어 보이지만
늘 고개 빳빳히 들고 도도하게 걷는 바늘 하나 들어올 데 없이 무장한 나를 너희가 아니???
"그냥 걸었어." 하는 내 목소리는 다행히 어둡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 다정한 아이는 편하게. 정말 편하게 말했다.
네겐 그냥. 그렇게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