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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잘 빚은 메주


BY 야미 2005-05-26

나에겐 어릴때부터 공통된 별명이 하나 있다.

유난히 피부가 흰 탓에 '흰둥이' '백설공주' '눈사람' 지금의 남편이 붙여준 '하얀이' 까지 온통 나의 하얀 피부를 시샘 내지는 놀리는 별명들이다.

그러나 내 맘에 쏙 드는 별명이 하나 있으니 그다지 어투도 어감도 유쾌하지 않은 '메주' 라는 별명이다.

이 별명인즉 이름 탓도 있겠지만 어릴적 어느 날 약주가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께서 오시더니 "우리 잘 빚은 메주, 잘 있었니?" 하시는 거였다.

그때는 왜 내가 그 냄새나고 못생긴 메주냐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그후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메주라는 말이 내 뇌리에 박혔고 들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는 나의 제2의 이름이 되어

버렸다. 

딸만 다섯인 집에 둘째딸인 나를 아버진 유독 아끼셨다.  성격도 좋고 머리도 좋은 나를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까지 못 보내셨다며 항상 안타까워 하셨다. "우리 잘 빚은 메주, 잘 숙성되게 끝까지 보살펴 주었어야 하는데" 하시는 말씀과 함께. 

아버진 언제나 깊은 맛과 진정한 자신만의 향을 지닌 간장, 된장으로 거듭나는 메주처럼 성숙해져가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셨던 거죠?

아버지, 이제 저도 어느덧 사십 줄에 들어섰습니다.  아버지의 기대만큼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진 못하나 아버지의 그 마음을 알기에 항상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젠 제게 미안한 마음은 털어버리세요.  저에게 인생의 가장 소중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 주신 분이 바로 아버지잖아요.  이 '잘 빚은 메주'가 깊은 맛이 나는 간장, 된장처럼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오래오래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