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딸 들에게 어렸을때 부터 교육 시킨게 있다.
그것 바로 내 딸들과 나의 채무관계다.
딸아이가 내 한테서 받아 가는 모든 돈은
빌려 주는 명목이고
나중에 커서 갚아야 한다고
그것도 꼬옥 갚아야 하는 돈 이라는것을 세뇌 시키곤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때는 같이 외출해서
"배고픈데 뭐 좀 먹을래?"
하고 물어면
내 딸들은
"엄마가 순순한 입장에서 쏘우시는 겁니까
아님 나중에 내가 갚아야 합니까?"
"당연히 갚아야지"
이렇게 말하면
"그럼 집에 가서 라면 이나 삶아 먹죠"
이에 기가 차서
"그래 순순하 입장에서 쏘우마 "
하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페스트푸드점으로
나를 끌고 가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들어 내딸은 뭘 믿고 그러는지
아주 배짱으로 나온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한번씩
"엄마 내가 엄마 한테 갚아야 하는돈이 얼마예요?
하고 한번씩 물어도 보더니
요즘은 통 물어 보지 않는것 하면
신문에서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얼마의돈이 들고
대학 교육 까지는 얼마의 돈이 든다는
내용을 스크랩 해서라도 보여 주는데
통 그 약발도 안먹히는것 같다
그냥 그럴때 마다
"걱정 마세요 다 돌려드립니다"로 일관 하고있는
폼이 꼭 안갚고 말겠다는
일념의 표시 같기도 하다.
딸들이 학원 마치는 시간과
내가 직장에서 마치는 시간이 비슷한 관계로
가끔씩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럴때면 언제나 변하지 않는 주문이다
"엄마 배고파 뭐든지 사주세요 뭐든지 먹을수 있어요"
"그럼 갚아야 되는데"
"모두 돌려 드립니다"
아주 CF에서 나오는 살인 미소가 아닌 살의 미소를 띠우면서
손동작 까지 우아하게 따라 하고 있다.
그리고 주문을 한다.
"일차로 그집에 가서 돼지국밥 먹고
이차는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삼차는 엄마가 좋아하는것 생과일 쥬스로
마지막 입가심 까지 쏘아만 주시면
다 돌려 드립니다 "(이 부분에서은 아주 우아한 손동작까지 곁들인다)
또는 협박인지 협상인지
"걱정하지 마십시요.
엄마 한테 받은* 50만원 삭감증이 있어니까"
*엄마 한테 갚아야 되는 돈에서
50만원을 감해 준다는 증서*
어제 싼 볼펜도 간수 못하는 딸이
초등학교3학년때 쓰준 그 증서를
아직 가지고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작년에는 이런일도 있었다.
작년에는 우리집으로 봐서는
무척 힘들었던 한해 였다.
나는 딸들에게
"여태 아빠와 엄마가 늙어면 쓸려고
노후 연금을 가입했었는데
이번에 어려워서 다 해약 했다
그러니 이제 너희들이 아빠와 엄마가 늙어면
쓸 수 있는 용돈을 줘야 한다 "
심각하게 듣고 있던 딸이 말을 한다
"그 연금은 언제 부터 탈 수 있었던 건데요"
"60세 부터 "
"그럼 만약에 엄마가 60세 전에 죽어면 ?"
'그럼 할 수 없지 뭐"
"그럼 아주 미안 하지만 엄마 59세 12월달 까지만 사시면 안될까요?"
괘심했었다 이런 내딸들이
그래서 나는 다시 공포 했다.
"엄마가 60세전에 죽어면
너희들이 엄마한테 갚아야 하는 그돈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라고 유서 하고죽을 거니까 밤 마다 기도 하지 마라"
얼마전에 일이다.
딸아이 미술학원에서 원장쌤이 전화가 왔다.
딸아이의 파레트가 작고 낡아서 새것으로 바꾸어라고 했단다
이에 내딸은
"안돼요 이것 바꿀려면 우리 엄마돈으로 사야 하는데
그럼 그 돈 내가커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그냥 서겠다"고 하더란다.
"아니 어머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키웁니까?"
요즘 아이하고 다르다고 칭찬인지 흉인지 계속 묻는
원장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첫째는 헝거리 정신,
둘째는 무대포 정신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