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퍼지기 전
부지런히 산에 올랐습니다.
아카시아꽃이 지천으로 떨어져
마치 튀밥을 뿌려놓은 듯 합니다.
수북히 쌓인 꽃을 밟으며 산길을 걷습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비록 떨어진 꽃이지만 그 여린 것들을
밟고 지나는 것이 미안해집니다.
비탈길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습니다.
재빨리 나뭇가지를 잡아 큰 댓자로
넘어지는 사고는 면했지만 한 쪽
무릎이 쓰려옵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짓밟힌 꽃잎들이 맞장구를 쳐줍니다.
얼마나 다쳤는지 궁금하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의
눈길도 있고 해서 꾹 참고
집까지 왔습니다.
바지를 걷어 올리니
마른 꽃잎같이 살갗이
벗겨집니다.
피가 쬐끔 비치긴 하지만
별로 큰 상처는 아닙니다.
그래도 오늘은 '아프냐' 물어주고
'나도 아프다' 말해 줄
사람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