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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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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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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김서방


BY 예운 2005-05-21

 

    내가 마시는 술은 모두 눈물이 되나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일기장에 엄마가 어제 우셨다.

라고 적혀있다. 평소에는 눈동자가 따끔거리기만 하고

눈물은 나와주지 않는데, 그래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자

리에서 민망할때도 더러 있는데 술만 마시면 눈물이 나

고 마는 나는 설움이 엄청 많나보다.

일년만에 간 친정에서 내 양껏 못하고 온게 서운했을까?

늙어버린 아버지, 새로지은 집 씽크대가 갈때마다 높게

보이는 엄마의 굽은 허리, 그런 부모님과 마주앉아 도란

도란 얘기 나눌새도 없이 돌아서 온게 서운했을까?

멀리사는 동생 행여 마음고생 할까 싶어 큰언니 둘째언

니 그리 이쁘지만도 않을 사람에게 돌아가며 김서방 우

리 김서방 비위 맞추는데 그기에 덩달아 허허하는 김서

방이 미워도 밉다 말 못한게 속상했을까?

일년만에 처갓집 가면 처가붙이들 몽땅 나와서 자기비위

를 맞추어주길 바라는 보기보다 얼굴 뚜꺼운 김서방한테

스트레스를 받아서였을까?

하여간에 나는 그제 술을 좀 마셨다.

외숙모님이 담아놓은 보랏빛 산두주.

이렇게 이쁜색깔 술도 있냐를 연발하며 마신 술이 눈물

되어...

아마도 내 눈물도 보랏빛이었으리라.

친정가서도 김서방 눈치보느라 못마신 술이었다.

어제는 출근을 했다가 급한 공문만 처리하고 집으로 와

야했다. 어딘지는 모르게 아팠으므로.

괴로움이라는거.

그냥 괴로운거와 술뒤끝의 괴로움이 엉겨서 엉망이었다.

하지만 머리속은 말개졌다.

사람은 가다 한번씩 이럴 필요도 있겠다 싶다.

적당히 취해서 나를 잊고 한바탕 울어도 보고, 실수도 하

고 그리고 다시 긴장하고 조심하고.....

합리화에 이기적이라는 김서방의 핀잔도 무시했다.

끝끝내 너때문에 그랬노란 말 안했으니 더 크게 싸울 필

요도 없다. 현명하다.

김서방 속 긁어 상처주지 않아서 김서방 귀 깨끗하고, 너

는 인간이 왜 그러냐 말하지 않았으니 내입 더럽히지 않

았으니.

그래서 나는 술이란 때로는 약이 될수 있다는 주의다.

이렇게 나는 또 적당히 나를 추스리며 넘어가며 아옹다

옹 살아간다.

오늘은 파마를 했다.

어깨를 닿을라며 지저분한 머리를 자르고 머릿밑까지 바

람 들게 퍼머를 하고 성당에서 꽃꽂이를 했다.

성모의 밤 행사를 위한 꽃꽂이.

작품이다. 대작 2개가 공소를 환하게 했다.

군데군데에서 필요로하는 나를 김서방은 아까워서 내 

놓지 못하는걸까?

꽃꽂이하는 동안도 마음은 바빴다.

아무말이 없다. 내가 술마시고 그런 날은 어딘가 마음이

한참 틀어졌을 때라는걸 경험으로 아는 사람이니 그냥

넘어가 주려나 보다.

눈치는 빤한 사람이다.

김서방.

우리 두 언니 얼마나 입간지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