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술은 모두 눈물이 되나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일기장에 엄마가 어제 우셨다.
라고 적혀있다. 평소에는 눈동자가 따끔거리기만 하고
눈물은 나와주지 않는데, 그래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자
리에서 민망할때도 더러 있는데 술만 마시면 눈물이 나
고 마는 나는 설움이 엄청 많나보다.
일년만에 간 친정에서 내 양껏 못하고 온게 서운했을까?
늙어버린 아버지, 새로지은 집 씽크대가 갈때마다 높게
보이는 엄마의 굽은 허리, 그런 부모님과 마주앉아 도란
도란 얘기 나눌새도 없이 돌아서 온게 서운했을까?
멀리사는 동생 행여 마음고생 할까 싶어 큰언니 둘째언
니 그리 이쁘지만도 않을 사람에게 돌아가며 김서방 우
리 김서방 비위 맞추는데 그기에 덩달아 허허하는 김서
방이 미워도 밉다 말 못한게 속상했을까?
일년만에 처갓집 가면 처가붙이들 몽땅 나와서 자기비위
를 맞추어주길 바라는 보기보다 얼굴 뚜꺼운 김서방한테
스트레스를 받아서였을까?
하여간에 나는 그제 술을 좀 마셨다.
외숙모님이 담아놓은 보랏빛 산두주.
이렇게 이쁜색깔 술도 있냐를 연발하며 마신 술이 눈물
되어...
아마도 내 눈물도 보랏빛이었으리라.
친정가서도 김서방 눈치보느라 못마신 술이었다.
어제는 출근을 했다가 급한 공문만 처리하고 집으로 와
야했다. 어딘지는 모르게 아팠으므로.
괴로움이라는거.
그냥 괴로운거와 술뒤끝의 괴로움이 엉겨서 엉망이었다.
하지만 머리속은 말개졌다.
사람은 가다 한번씩 이럴 필요도 있겠다 싶다.
적당히 취해서 나를 잊고 한바탕 울어도 보고, 실수도 하
고 그리고 다시 긴장하고 조심하고.....
합리화에 이기적이라는 김서방의 핀잔도 무시했다.
끝끝내 너때문에 그랬노란 말 안했으니 더 크게 싸울 필
요도 없다. 현명하다.
김서방 속 긁어 상처주지 않아서 김서방 귀 깨끗하고, 너
는 인간이 왜 그러냐 말하지 않았으니 내입 더럽히지 않
았으니.
그래서 나는 술이란 때로는 약이 될수 있다는 주의다.
이렇게 나는 또 적당히 나를 추스리며 넘어가며 아옹다
옹 살아간다.
오늘은 파마를 했다.
어깨를 닿을라며 지저분한 머리를 자르고 머릿밑까지 바
람 들게 퍼머를 하고 성당에서 꽃꽂이를 했다.
성모의 밤 행사를 위한 꽃꽂이.
작품이다. 대작 2개가 공소를 환하게 했다.
군데군데에서 필요로하는 나를 김서방은 아까워서 내
놓지 못하는걸까?
꽃꽂이하는 동안도 마음은 바빴다.
아무말이 없다. 내가 술마시고 그런 날은 어딘가 마음이
한참 틀어졌을 때라는걸 경험으로 아는 사람이니 그냥
넘어가 주려나 보다.
눈치는 빤한 사람이다.
김서방.
우리 두 언니 얼마나 입간지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