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17

<아버지>이제는 원망하지 않아요


BY mono 2005-05-15

문득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지 몇년인지를 헤아려봤습니다 아버지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게 7년전 여름이었습니다 며칠동안 집에 있으면서 아버지 얼굴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고 아버지 얘기에 귀기울이지도 대꾸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대문을 나서는데 문앞에 서있던 아버지는 본체만체 엄마한테만 간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일걸 알았다면 용돈도 드리고 아버지 얘기에 살갑게 대답하고 따뜻한 웃음 보이며 왔을까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둘째를 갖고 있던 언니는 그해 가을 아이를 낳았고 저는 그 뒤로 서른둘 가을에 결혼을 했습니다 아버지 살아생전에 제대로 된 사위라고는 인천형부밖에 없었고 가까이 지낸 사돈도 없었는데 살아계셨으면 지금 얼마나 즐겁게 보내실지 그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픕니다

시골 장날이면 시아버님 장에 나갔다가 가끔 엄마 집에 들르기도 한답니다 아버지 살아계셨으면 아버지도 술좋아하고 시아버님도 술좋아해서 두분이 다정이 앉아 세상돌아가는 얘기 사는 얘기 나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사돈집이라 자주 가고 싶어도 엄마 혼자 있어서 자주 못들르신대요 시아버님뿐 아니라 이서방도 장인어른 하면서 좋아했을거에요 이서방도 시아버님 닮아 술좋아하고 사람 좋거든요 세살된 우리딸 백일된 우리 아들 두아이 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데요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때면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엄마도 엄마 인생을 고달프게만 한 남편이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 생길때마다 그래도 아버지가 있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한답니다 어른들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엄마가 하나뿐인 당신 아들때문에 속끓고 힘들어서 기댈데가 있었으면 했나봅니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더 나았을까요

엄마는 하루라도 안아픈 날이 없고 몇년전에는 큰수술까지 하고 그런데도 귀하게 여긴 아들은 속만 썩이고 엄마 인생은 끝나는 날까지 걱정속에서 살아야할까 봅니다 이미 세상을 버린 아버지 결코 편한 인생을 살지 못한 엄마 다시 태어날수 있다면 따뜻하고 밝은 가정에서 좋은 부모 만나 큰 사랑받고 자랐으면 합니다 그럴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봄날 포근한 햇볕에 나무도 꽃도 하루가 달라집니다 아버지 계신곳에 봄꽃향기도 봄날의 푸르름도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천오년 봄 네째딸이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