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폈네........'
눈부신 태양볕아래 여린 잎사귀들이 부끄러운듯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몽글몽글 피어난 아카시아 꽃잎은 바람에 하늘거리며 코끝을 즐겁게 하였다. 우리가족은 울퉁불퉁한 산길을 니어카에 이삿짐을 싣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10여년을 담흘려 이룬 사업을 접고 살고 있던 집을 둔채 힘겨운 농사일을 선택하게 되었다.
'과수원이라... 맛있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실컷 먹을 수 있겠네" 철부지 막내인 나에겐
과수원에 대한 기대가 크기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그루의 큰 나무가 있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 했다 시골에서나 볼수 있었던 흙집이 바로 우리가 살아갈 집이었기때문이었다 시내와는 불과 걸어서20분 거리인데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믿어지질 않았다.처마밑에는 거미줄이 널려있었고, 방문앞에는 작은 마루가 고작이었고, 창호지를 바른 방문엔 찢어기고 구멍이 난채 닫혀있었다. 정말이지 문을 열고 방안을 볼 엄두도 낼수없었다.모든 기대가 무너지면서 실망속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곳이 정말 사람이 살고 있었던 집이었을까? 어떻게 이곳에서 살 수있을까?
멍하니 서 있는 나의 어깨에 아버지는 손을 얹으며 "잠시만 이곳에서 보낼꺼다,되도록이면
빨리 우리집으로 갈꺼다 얼른 짐 풀고 정리해야지" 힘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그 어느것보다 커보였던 아버지의 얼굴에는 언제부턴가 어두운 그림자가 머물러 있었다. 지금의 내가 알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아버지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이삿짐을 정리하는데만 꼬박3일이 걸렸다. 집구조가 모두 옛날방식이다보니 방에는 보일러가 아닌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했고, 전기만 들어왔을뿐 식수는 1킬로미터떨어진 곳에 마련된 공동수도에서 길어와야만했다. 모든 것이 나설고 불편한 점들도 많았지만 우리식구들은 하루하루... 적응을 해 갔다. 중3이었던 나는 야간자율학습으로 주말에서나 집안일을 도울 수 있었다. 하루종일 접과(열매솎기)로 부모님은 바쁘셨다 농사일은 처음이라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고, 날이갈 수록 파스냄새가 떠나가질 않았다
일요일아침 일찍눈을 뜬 나는 방문을 열고 계곡사이 펼쳐진 과수원을 바라보았다. 이슬방울이 맺힌채 아침빛이 들지않은 나무가지 사이에 엄지손가락보다 큰 복숭아 열매가 수즙은 듯
얼굴들을 내밀고 있는 것을..... 그리고 어느집보다 넓은 마당과 언젠가 탐스런 과일이 주렁주렁 달릴 과수목들이 지금 우리가족이 살아갈 터전이 되가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