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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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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럽다..오늘 아침은..


BY 밤톨냥v 2005-04-27

한시간도 안되게 눈 붙이고 오늘도 전쟁터로 나가는 아이..

지칠만도 한데 씩씩하게 목청 높여..

"다녀오겠습니다....아빠..화이팅! 해줘야지.."

 

얼굴에 흰거품 잔뜩 묻힌체로 "화이팅..성령이  아자!"

 

통통통 뛰듯이 구르듯이 내려가는 발걸음이 퍽이나 경쾌하다.

 

언젠가 아이가 내게 말했다..

퍽이나 심각한 얼굴로..

"엄마..나는 잘하는게 하나도 없어.."

"왜..너 정도면 다들 부러워할 조건인데.."

"아니야..엄마..공부도 그냥 하는 정도지..뛰어난건 아니고..그렇다고 예체능 쪽에 소질이 있는것도 아니고..뭐 하나 이렇다하게 내세울게 없어..속상해..

자기 갈길 미리 알고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 보면 마음이 답답해.."

 

꽤 심각하게 고민한듯 표정이 침울하다..

깊은 두눈에 더 깊게 그늘을 만들어 놓고잇다.

 

한참을 아이를 바라보다

"성령아..엄마 생각은 다른데?"

"물론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가는 친구들이 부러울수 있지..그런데 성령아..이렇게 한번 생각해봐..그 아이들은 어떤면에선 불쌍한건 아닌지..왜냐면 이 세상에는 즐겁고 좋은 일 의미있는 일..그런게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데 그 아이들은 일찍부터 한 길에 자신의 모든걸 걸고 딴곳엔 눈길 조차 주지않고 살잖아..얼마나 답답할까? 거기에 비해 성령이는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 있는 것들이 성령이를 기다리고 있잖아..넌 영어에 관심이 많으니 그 계통으로 열심을 기울여도 좋고, 글쓰는 것도 좋아하니 그 쪽도..봉사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으니 그거에 관련된 일도 있을거고 찬찬하니 세밀하니 설계쪽도..우와..그러고 보니 내딸 할게 너무 많네.."

 

"어..정말 그러네..엄마 그럼 나는 내가 마음 먹기 따라서 뭐든 될수 있겠네.."

 

"그럼..뭐든 가능하지..학교 공부도 열심히 책도 열심히 읽고 생각도 많이 하고 좋은 분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지금 처해진 환경에서 열심히 후회없이 살다보면 성령이에게도 분명 자신의 길이 보일거야..그게 일찍 오는 사람이 있고 더디 오는 사람이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그걸 몰라서 그냥 놓쳐 버리는 사람이란다..넌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 항상 열린 사고로 많이 듣고 보고 부딪혀봐..엄마도 도와줄께.."

 

금새 해맑아진 얼굴로

"맞다..엄마 생각을 바꾸니 길이 보이는것 같네..엄마 곰마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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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조금 다른길을 찾으라 언질을 준것이 오히려 마음에 짐이 되었나보다.

특별나서가 아니고 그저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일을 하며 살라고

길잡이 되어 준건데..

대학에 목표를 두지 말고 네 인생에 목표를 두고 살아 보라고..

현실이 그렇지 않은 가운데서 아이에게 너무 큰 요구였나 싶다 요즘은..

 

하지만

이제와서 그 길을 되돌아 가게 하고 싶지는 않다.

 

글쎄..

어쩜 나도 내 아이에게 내가 못다 이룬 꿈을 교묘한 말로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용기가 부족하여 선뜻 발 내밀지 못했던 나의 용렬함이 못내 부끄러워

아이에겐 네 꿈을 이루게 해줄테니 뭐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밀어 붙이는건 아닌지..

에미가 못간 길 내 아이만은 갔으면 하는 욕심에 아이를 너무 어려운 길로 이끄는건 아닌지..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정답이 없다..

 

아침부터 머리가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