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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73

아줌마 정신 차리세요.


BY 오월 2005-04-27

몇칠째 남편에게 집에볼일이 있어 일찍 들어가 봐아한다고

거짓말을하고 퇴근을 서두른나는 집이아닌 다른곳으로

차를 몰고 간것이 벌써 4일째.

사무실에 앉아있어도 자꾸만 마음은 다른곳에 있으니

할일은 태산인데 이거 큰일났구만.

 

무리를 해서 한대 새로뽑은차는 힘좋고,음악좋고.승차감좋고

남편이 집이아닌 다른곳으로 차를 몰고가는 내모습을 본다면

과연 나를 이해할수 있을까.

내가 남편몰래 차를 몰아가는 곳은 분홍빛 진달래가 흐드러진

작은야산이다.

언제부터인지 아주어린날부터 난 병적일만큼 분홍색을 좋아한다.

분홍빛이도는 산벚꽃,진분홍 복숭아꽃,옅은색 진한색 흐드러진 분홍빛 진달래.

 

가는길에 눈부신 개나리는 절반쯤 옷을 바꿔입었지만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울리는지...노랑에서 초록으로 하양에서 초록으로 부지런히

옷들을 바꿔입는다.

작은 야산을 뒤덮듯이 피어 하늘거리는 진달래.분홍빛 나비떼의

무리처럼 그렇게 탐스럽게도 피어있다.

발밑으로 뾰족히 올라온 연두빛싹들.살짝 옅어진 색으로 꽃모양이

커진듯한 산수유.그 사이를 포르락거리며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작은새.

 

몽실몽실 피어난 노란 민들레,냉이꽃,작고 귀여운 보랗빛 제비꽃,통통하게

살이오른 쑥,이름을 알수없는 작은꽃들이 하얗게 노랗게 참 많이도 피었다.

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 앉아 어설프게 새의 지저귐을 흉내내 본다.

겁 없는 새한마리가 포르륵 거리며 날아와 바로 내가앉아있는 앞 나무위에

앉았다.

귀여운 눈으로 날빤히 바라보며 짝으로 괜잖은지 탐색을하며 바라보다.

자기들 동료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손바닥을 펼쳐놓고 혹시나 날아와 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나만 서운하다.

하얗고 까맣고 작고 귀여운새 아름다운 동산속에 그들의 지저귐이 더욱

생기를 불어넣는다.

 

너히들은 좋겠다.

이 예쁜곳에서 사랑도하고 마음껏 노래도하고.....

난 이성은 아니여도 그저 이 아름다움을 함께할 누군가가 무지

그리운 시간이구나.

남편은 "진달래가 너무예뻐!" 하면 진달래가 밥먹여주냐?해버리니..

진달래가 밥먹여주는건 그건 아니지만 그치만 진달래가 너무예뻐!!

비가 오면 후두둑 지고말거고 또 내년봄을 기다려야 하는데,기다림은

너무길다.

내가 삶에 애착이 그리도 강했었나.

요즘은 환경오염 때문에 꽃을먹으면 좋지않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어쩨면 한번도 먹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붉은산을 헤집고 많이도 따먹었든

그꽃을 먹어볼 생각을 안했는지..붉은꽃을 한웅큼 따서 우적우적 씹어본다.

그래!쌉쏘름한 어린날 고향에서 먹어본 그맛이 생각이난다.

30여년전에......

진달래,진달래 고향꽃 진달래 그리운꽃 진달래.

 

행복에 겨워 있을때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묻는 남편의 전화.

아직 집에 도착못했는데 왜냐고 물으니...

백단위 청구서를 십단위로 잘못써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으니 급히

사무실로 들어오란다.

급히 사무실로 들어가 청구서를 다시 써주고 나오는 등뒤에 남편이

기어이 또 한마디 한다.

"아줌마,정신차리세요.진달래가 밥 안먹여 줍니다."

알아요.진달래가 밥 안먹여준다는거 하지만 내 마음은 몰래 숨겨둔

애인같은 그곳으로 다시 달려간다.

역시나 다시한번 난 마음에 담금질이 필요해!

진달래가 밥먹여주지 않는 다는걸 아는 좀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