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대신 조그만 팩안에 젖은 종이가 들어있었다.
아마도 그것을 사용하여 딱아주면 소독이 되는것 같아 다행이였다.
사다논 소독약이 없어 어떻하나 은근히 고민하였는데.
얼마전 친구가 언니한테서 빌려왔다며 책을 보여주었다.
이곳 서적에 있을까 싶어 제목을 적어 오긴 하였는데 3권으로 되어있어
다 읽어야 한다고.
또한 남을 빌려줄수도 없게 계속 보면서 하여야 한다나.
내용은 "어혈". "몸속에 있는 나쁜 피를 뽑아 주어야 건강하다"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여 보아도 그 원리가 지극히 맞는것 같은데 그게 그리 쉽겠는가
먼저 책에서 보고 어떤 증상에 어느 부위인가를 찿고 그 곳에 부항을 시술한후
그 가장 자리에 바늘로 쿡쿡 쑤시고 그 다음 다시 그 자리에 부항을
시술하면 나쁜 피가 퐁퐁 솟아 나온다고 하였다.
잘되었다. 나도 해보자.
서울에서 2개나 사와 하나는 친구에게, 또 하나는 친정
집에 준것을 다시 갖고왔다. 주었다 뺐었다 변덕쟁이처럼.
남편이 몇달전 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고 한참이나 침을 맞으면서
북경에서 정식으로 공부한 침쟁이여서인지 진짜 침잘 놓는다고 칭찬을
무지 하더니만 10번을 훨씬 넘게 맞았을때
"잘놓는 침쟁이가 왜그리 오래 맞게 하냐?"
그소리와 함께 거의 다 나았는지 그만 맞았다.
그후, 골프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하더니 한 두번 다녀오더니
소리없이 그만 두었다.
나중에 안즉 다 나은듯 하더니만 골프채를 신나게 휘둘렸더니 아픈것이
도졌단다. 전보다 훨씬 더 나빠진것이다.
오래도록 한 운동이니 무지 하고도 싶었겠지만
평소에 아프다고 도사리고 있다가 갑자기 힘꽤나 썼을것이니 오죽하랴..
먼저 아픈 자리에 부항기를 대고 바람을 뽑으니 작은 덩성이처럼 살이
컵안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보기 흉한 징그러운 색으로.
처음에는 호스를 뺄때 바람빠지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나와 붙어있지 않아
말 고삐 잡고 있듯이 긴 호스를 빼지 않은 상태로 잡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 할수가 없어 몇번을 연습해보니 잘붙어있게 되었다.
신이 났다.
그 다음, 바늘로 쿡쿡 찔러 다시 그 자리에 붙이라고 하였지.
바늘로 찔렸다.
남의 살이니 감각이 없어 살금살금 찔렀는가..
다시 부항기를 붙여 빨아 댕기어도 피는 커녕 아무것도 나올 기미가 없었다.
다시 찌르고 또 찌르고.
바늘 끝이 왜이리 무디지..
아예 바느질 통을 들고와 바늘처럼 생긴것은 다 꺼내었다.
설쳐되는 것에 남편은 겁이 났는지 그런 말이 어디있는가 책을 좀 다시
잘 읽어 보라하고.
아무리 읽어보아도 피를 뽑아야 한다는 말은 없는데.
책마다 다 틀리니까. 이것은 다른 것일까?
몇군데를 시도하여도 마찬가지였다. 겁이 나서 푹찌를수는 없고.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 있게 하는 것에만도 성공한것이 신이났다.
부항붙인 자국이 검붉은 빛으로 피가 한데 몰린것만도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왕지 시작한것 아예 엎드려 눕혀 놓고 시술할 자리 찿는척 하면서
가장 잘 붙을 자리를 택하여 이곳 저곳에 붙였다.
검게 적당히 부픈 그자리를 조금 깊이 푹푹 찌르고 다시 빨아댕기면 분명히
나픈피가 숭숭솟구쳐 나올것도 같은데.
본인이 찔려 보라고 하니 자긴 그건 싫다고 한다.
책에 어디에 그런 말이 있냐고 찿아 보라고,
아마도 그런 말이 씌워 있는 것을 읽었으면 스스름없이 자신이
아프게 찔렸을 것이다.
친구의 부항기는 바늘도 여러개가 들어 있다하였는데 내가 산것은 바늘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 다른 것일까?
의술도 매번 바뀌니 최근에 나온 새로운 버젼일까?
갑자기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다닐때 친구가 생각났다.
서대문 사거리를 막지나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에서 어느 집을 찿아간적이 있었다.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이방 저방에 누워있기도 하고 엎드려 있기도 하였는데
하얀 사기 화장품 크림 빈껍질 같은것을 몸 여기 저기에 붙이고 있었다.
빈 그릇에 불붙힌 솜을 넣고 꺼구로 엎어버리면
가만히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었다.
부항뜬 자리가 검게 되는 것이 너무 뜨거워서 덴줄 알았고 무슨 이상한 냄새가
싫고 무서워서 먼저 나와 버렸고
집찿는데 도와 주려간 것외는 다시는 그곳을 따라 가지 않았다.
얼굴도 예쁘고 덩치나 키가 나보다도 훨씬 크고 건강한 친구였는데
도데체 그 어린 나이에 어디가 안좋았을까?
지금 생각하니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주로 무릎쪽으로 시술하였던것 같았는데.
힘이 들었는지 겁에 질렸는지 졸린다는 핑계로 남편은 들어가 버렸다.
난 몇 페이지 밖에 안되는 부항책을 한 몇번은 더 읽을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친구의 책을 빌려올수는 없으니 종이 들고가서
대충 읽고 중요한것 빼껴올것이다.
전에 본 드라마 "허준"에서 처럼 "거머리"를 잡아 부항뜬 부위에 올려놓으면....
어휴.. 징그러워 소름끼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