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인 시간에 끌려 다니다가
시간이란 틀속에서 갇혀 살다가 문득 멀리 하늘을 보니
3월은 가고 4월도 중순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책상 앞의 달력속에는 3월의 꽃이 그대로인데..
누구나 거부 할 수 없는 세월속에서도
봄이되면 새싹이 움트고 여름이면 잎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잎이 지듯이 이제는 반항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순응하며 세월속에 묻혀 살아야 하는 나이임을 압니다.
그 숱한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살면서도
때로는 허기진 자신을 뒤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셔도
위로 한 번 받지 못하는 나이..
지친 삶을 내려 놓고 싶어도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새우처럼 등굽은 허리 한 번 펴보지도 못하는 나이..
마흔 하고도 한참..
이 정도 나이라면 지나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그리 많지는 않을성 싶다는 생각에 취해 있을 동안
여기저기에선 자연이 온 몸으로 얘기하고 있네요.
울타리 마다엔 뒷산자락 산들바람 타고
노란 병아리 옷으로 갈아입은 개나리가
작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수줍어 하고,
처녀 젖가슴처럼 봉긋했던 하얀 목련은
간지러운 봄바람에 하늘을 향해 너울 거립니다.
새악시처럼 수줍은듯 살며시 고개를 든
새초롬한 진달래는 너무 성급했나 눈치보다가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여기에 마른 잔디위를 비집고 나오는 민들레,
붉은 진달래,
지금은 앵두꽃이 반쯤 하이얀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네요.
달빛에 비추이는 앙증맞은 작은 앵두꽃은
마음을 설레이게까지 합니다.
하얀속살을 소담스럽게 피워올려
순결한 영혼을 담듯 눈부신 목련꽃의
시원하고 품위있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하루가 다르게 하얀 꽃잎 피워내는 벚꽃들의 화려한 합창도 볼만합니다.
이제 얼마있으면 아파트입구를 들어서면서 부터
라일락의 향기가 진동할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땅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나는 것을 보면
땅속에는 형형색색의 물감을 많이도 숨겨 놓은 모양입니다.
솜뭉치처럼 피어 오르던 뭉게구름과 노랗고 붉은 꽃대궐,
초록색이 번져 나가는 산야에
4월의 봄은 이렇게 자신을 태우는
봄꽃들과 함께 깊어만 갑니다.
3월의 봄은 너무 감질나서 마음에 와닿질 않고
5월의 봄은 너무나도 무르 익어서 약간 짜증이 나지만
4월의 봄은 그 중간이어서
너무나도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봄을 느낄 겨를도 없이
봄은 고삐 풀린 망아지보다
더 성급하게 여름을 향해 달려 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