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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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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에게.


BY 도영 2005-04-09

이제는 봄빛이 완연 하구나

시어른들께서도 안녕 하시고

너도 몸은 불편하지는 않은지 궁금 하구나

너를 경상도 땅에 떼어 놓고 온지도 두달이 넘었구나

결혼식 마치고 돌아서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원주 집에와서는 네가 주야로 걱정되어 며칠 안절부절 못했단다

아버지께서도 네 걱정을 하시면서 행복하게 잘살어야 할텐데 하신단다

 

엄마는

이서방과 네 성격을 잘알기때문에 자주 충돌은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지나쳐 밤에 대문소리만 나도 니가 못살겠다며 오는것은 아닐까

가슴을 졸이기도 했단다.

니가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았으니 내 심정을 모를것이다

 

어제 서울 이라며 이서방이 전화 했더라

취직 문제 땜시 상경한건지..빨리 취직이 되어야 네 안달이 풀릴텐데.

이곳 우리집은 별일은 없고 엄마 부러진 발목은 조금 나았지만

오래 갈것 같구나 시일이 가면 낫겠지.

니그 오빠는 어제 서울에서 연락이와서 밤차로 갔는데

취직이 될런지 와봐야 알것 같구나.

이서방이나 니그 오빠나 어여 취직이 되야 할텐데..

 

내딸 도영아.

시십살이 힘들고 불편타고 이서방 너무 들들 볶지말고

인내심을 갖고 참으면 취직도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분가도 하지 않겠니.

인생을 살아 가는데 웬만한 고생은 이겨 나갈수 있는 주부가 되어야지..

세상 살아가는데 한두가지 걱정 없이 사는사람들이 몆이나 있겠니

자기 환경에 만족 하고 사노라면 복이 오기 매련이니라.

시어른들 잘모시고 시동생들 한테도 어진 형수가 되거라

너는 현명 하니까 잘 처리 하리라 믿으며

부디 몸조심 하거라

참 혼인신고 서류 보내니 그리 알거라

처.성명.날인에 도장 찍거라

 

 

1983년 3월 29일 엄마씀

 

<장농정리를 하다 우연히 23년전 친정어머니가 갓시집온 딸인 저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 했습니다 낡은 가방속에 삐뚤빼뚤 쓰여진 어머니의 편지를 본순간 울컥 눈물이 솟아 올랐습니다.어머니의 필체를 접하고 혹 어머니의 체취가 느껴질수있을까 낡은 편지를 코에 갖다대고 맡아 보았지만  케케한 냄새뿐이더군요.이글을 올리면서 6년전 고인이 되신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꽃향 가득한 봄밤 입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