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써놓은 앙케이트난에
진짜 먹고 싶은 거에
'엄마가 해준 요리' '럭셔리한 중국음식'
이렇게 적혀 있다
기특한지고 ~!!
아니 측은한지고
아들이 온다면 창으로 목을 길게 내어밀고 어디쯤 오고 있을까 하는 맘으로
최고로 신선한 재료를 소꿉장 처럼 늘어놓고
신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던 시절이 있었다
코에 땀이 송송 나면서
맛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개수대에 쌓이 설거지도
온통 어지럽혀진 부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리 해둔 밥은 맛이 없을까봐 조마 조마
또 다시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서야 밥에 불을 켰다
그래 그게 사는 유일한 재미였다
알맞은 시간에 함박스텍을 12분간 굽고
스파게테 국수도 소금을 약간 넣고 12분간 삶아내고
가스렌지를 더럽히며 소스가 끓고
생선의 기름이 적당히 빠지도록 생선을 굽고
................
이제 그런 일을 할 수가 없다
모두가 저녁을 먹고 오고 집에서 밥을 먹을 사람은 오직 나 혼자뿐이니 ....
문득 아이들이 어릴 때 같이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나고 그립다
내가 직장을 고만 두고
일단 집에 있는 애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일조가
바로 노우 인스탄트
정성들인 음식에 도전하겠다고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결과
애들이 ........
결국 요즘 얼마나 까다로움을 피우는지 ..
내가 만든 덫에 내가 걸리고 말았다 ..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일컬어
'그건 음식이라고 말하긴 조금 어렵지 ..걍 우겨넣는 거지
그건 먹는게 아니지 ... '
'그래 도체 먹구 싶은 게 뭔데 ?
"얘기 해바 "
"엄마가 낼 준비 할게 ... "
"어 .좀 구하기 어려우신데 ...크 ~~~~ "
.
.
.
.???
"용의 골과 봉황의 알 ~~~~~ <<<<<<<"
외사촌동생과 전화 하다가
"언니 안 쫒겨나려구 용쓰는 거 다 보인다 후 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