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 자신의 분신 같은 자녀가 사랑스럽지 않은 이는 없을 거예요.
그러나 자녀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그만큼 사랑 받고 있는 지 잘 알지 못합니다.
사랑이 가슴 속에 큰 샘을 만들고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자녀는 늘 사랑에 목말라 할 것입니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랍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거립니다.
그럴 때 어떤 엄마는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짝을 바꿔주겠다고도 하고
어떤 엄마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짝에게도 좋은 점이 있을 테니 그것을 찾아 보라고도 합니다.
저는 늘 후자였습니다.
항상 옳은 말만 하고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가르치려 하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그런 저 자신을 옳다고 생각하며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에게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르치려는 마음이 있답니다.
그런 때 엄마는 우선 아이를 사랑하기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힘들어서, 너무 속상해서 엄마에게 호소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로 가르치려 한다면 아이는 내 엄마조차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그런 때, 우선 아이의 입장에 서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위로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엄마가 확실히 아이의 편에 설 때 아이는 오히려 짝에 대해서 더 너그러운 맘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가르침은 그 이후에, 아이가 확실히 엄마는 내 편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 뒤에 해도 늦진 않겠지요. 전 여태 그렇게 아이의 확실한 편이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아이에게 참 미안합니다.
(이것은 시댁문제로 힘든 며느리가 위로받고싶어 남편에게 하소연할 때 남편이 뻔한 이야기로 훈계하려 든다면 그 때 느껴지는 배신감과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이지, 객관적 교육이 아니듯 말이지요.)
아이가 태어나고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하고...
그런 때 아이는 그 존재 자체 만으로도 제게 선물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
아이는 그냥 누워 있고 울고 보채고 그랬을 뿐인데도 늘 가슴 가득한 기쁨을 전 얻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네가 있는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행복하단다.. 이런 맘이었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갈수록 아이에게로부터 욕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특한 일을 할 때는 예쁘지만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미울 때가 많습니다.
엄마를 생각해주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어른들 말씀을 잘 듣고 이렇게 무언가 예쁜 짓을 해야 사랑이 표현됩니다.
그렇게 조건부이다보니 갈수록 사랑표현은 야뱍해집니다.
사실은 아이가 예쁘고 잘났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요.
훨씬 더 예쁘고 더 똑똑하고 잘난 아이라 해도 내 아이와 바꿀 마음은 정말 티끌만큼도 없는 거지요.
못나고 어리석어도 나의 아이는 그 자체 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귀한 선물 같은 내 사랑인데 왜 자꾸 다른 욕심을 내어 속을 끓이는지 안타깝습니다. 정말 아이에게는 때문에 사랑이 아닌 불구하고 사랑을 주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존재일까요? 완벽한 아내, 딸, 며느리, 엄마일까요? 부족해도 내 존재를 행복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일까요? 그런 좋은 것을 왜 아이에게 아껴야 했을까요?)
가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예의 상이든지 진심에서든지 아이를 칭찬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그런 때 저는 또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칩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잘못일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어떤 분이 내 아이를 예쁘다고 칭찬해 주시면, "그렇지요? 정말 예쁜 아이랍니다.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하구요." 이렇게 답하면 충분하지요. 착하다고 하면 또 그렇게 긍정하고 감사하면 되지요.
곁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는 엄마가 너무도 고맙고 든든할 거예요.
그리고 어께 으쓱하며 정말 착해지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거예요.
그런 면에서 전 그동안 너무 잘못했습니다.
더구나 큰 아이는 늘 남 앞에서 낮춰 말했습니다. 전 그게 겸손인줄 알았습니다. 칭찬이 민망스러워 안절부절하며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때 아이는 자신 앞에서 자기를 부정하는 엄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이 앞에서는 더 아이를 인정해주고 긍정해야 했던 것을 전 왜 그렇게 미련스러웠을까요?
(어쩜 전 아이를 생각해주는 엄마가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 잘 보이고자, 떳떳하고자 노력했던 이기적인 엄마였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게 교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질문지를 가져왔습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적는데 장점보다는 단점을 훨씬 많이 그리고 빠르게 적습니다.
평소에 엄마로부터 단점을 많이 지적받았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 단점만 빼면 다 장점입니다. 그러니 장점이 훨씬 많은 것이지요.
하지만, 전 장점은 잘 이야기 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찍혀 있는 까만 점이 있는데 저는 늘 그 점만 강조하고 그것을 고치라 이릅니다.
아이는 자기가 갖고 있는 하얀 면은 있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부정하게 됩니다.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잘 모르게 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입니다.
남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스러움을 엄마는 알 수 있지요.
그리고 그것을 많이 이야기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사랑의 마음을 갖게 하려면 엄마부터 사랑을 표현해야합니다.
갖고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주기 전에는... 아무 소용 없는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것. 그것을 표현하는 것
손해볼 것 하나 없는, 속된 말로 그야말로 남는 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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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모교육을 다녀 왔습니다.
많이 반성하고 느껴서 이렇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엄마가 계신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어 이렇게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