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1이 된 아들아이에게 커플이 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솔직히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주변에서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서 얼떨결에 이루어진 커플이지요.
물론 아이도 그 여자친구를 싫어하진 않습니다.
그 여자친구가 워낙 똑똑하고 생각 깊은 아이라서 아직은 어리기 짝이 없는 제 아들아이에게는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친구였지만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커플을 맺게 되었나봅니다.
그게 벌써 100일이 다가오니 처음 커플이 된 것은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일이 심각해졌습니다.
아들아이는 커플이 된 이후로도 마음상태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대로였고 그저 그 친구가 선물을 보내면 답을 하는 정도로 지냈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하는 50일이니, 무슨 무슨 데이 같은 것도 제법 부담스러워 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그 여자친구는 벌써 5년째 제 아들아이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100일 되는 날, 150일, 200일 되는 날. 생일 날 등 특별한 날 주고 받을 선물까지 미리 생각하고 수시로 문자를 보내고 버디를 청합니다.
아들아이는 이제야 그런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커플이 되면 어느 정도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그렇게 겁 없이 커플이 된 것이지요.
선물 살 돈도 자기에겐 없고 또 여자친구에 대한 감정이 어떤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버디버디 채팅보다는 게임 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유치한 수준의 감정을 지닌 아이입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말했습니다.
좋은 친구, 편한 친구.
그러나 여자아이는 그건 깨지자는 말이라 하며 싫다 합니다.
너무 우울해서 죽고싶다고 합니다.
저도 몇년째 알고 있는 참 진지하고 착한 여자아이인데 지금 둘 사이엔 너무 차원이 다른 감정의 골이 있어 서로를 몹시 힘들게 합니다.
여자친구는 이미 사춘기이며 글도 굉장히 잘 쓰고 높은 수준의 책을 읽고 있는 터라 제 아이처럼 감정이 간단하질 못합니다.
제 아인 반면에 아직도 만화책이나 읽고 게임이나 즐기고 여자보다는 남자친구가 백배는 좋다는 아이입니다.
여자아이가 아들아이에게 자기가 아프다고 합니다.
우울증이라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제 아이는 잠깐 하는 채팅도 절 의식하지 않고 하지요.
그냥 문자를 몰래 봐도 개의치 않습니다.
자기 메일 비밀번호도 제가 아는 대로 놔 둡니다. 그래서 이번 일도 버디할 때 살짝 옆에서 들여다 본 내용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는 아직까진 제게 아무 것도 숨기고 싶어하질 않아요. 그리고 복잡한 것은 질색하는 편입니다.
물론 세월이 더 지나면 아들아이도 성숙할 것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싶어하겠지만요.
지금은 아들아이마저 우울합니다.
이런게 뭐냐며 다신 여자랑 사귀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냥 친구하면 편하고 좋은데 왜 그걸 끝까지 싫다 하는지 정말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며 속상해합니다.
그래도 그 여자친구가 상처받는 것은 걱정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인 저로서는 달리 해 줄 말이 없어요.
다른 친구들에게서 문자가 날라옵니다.
너희 깨졌냐?
그냥 그 때 깨졌다는 표현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아이에 대한 어떤 나쁜 말도 일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 그 여자아이에게는 제 아들의 유아틱한 부분까지도 좋게 보였나봅니다.
몹시 상심해 있을 여자친구가 저로서도 걱정됩니다.
좋은 친구로 지낸다면 가끔 불러서 맛있는 것도 먹이고 할 마음이 있는데
그런 친구는 절대 싫다고 하면서 마음 아파하니 별 도리가 없네요.
성인이 되어서도 여자의 정신연령이 훨씬 앞서가는 까닭에 아파하는 커플이 많지요.
그렇다고 제 아들이 그 여자친구처럼 되는 것은 싫고 아직은 어리기만 한 것이 더 마음 놓입니다.
그러나 저도 딸가진 엄마이고 저 역시 그만한 때 사랑 비슷한 감정을 겪었던 터라 그 여자친구가 마음에 걸립니다.
공부도 잘하고 진지한 아이인데 요즘은 문자 보내는 것만 봐도 마음을 어디 둘지 몰라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신 여자친구 같은 것 안 만든다는 제 아들아이도 물론 걱정이네요.
재미있게만 생각했던 아이들의 어린 사랑.
그러나 생각보다는 심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