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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엄마의 화장실(?)


BY 오색여우 2005-03-28

나는 차를 무진장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녹차를 가장 좋아하지만,

차라고 하면 무조건 이유불문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좋은 차, 혹은 귀한 차를 발견하면

무조건하고 맛부터 봐야한다.

그러다보니 차를 좋아하는 마음 맞는 몇몇 언니나 후배들이랑

좋은 차가 있는 곳이나,

이쁜 다구들이나 이쁜 찻상이 있는 곳을 구경다니거나

혹은 찻집을 찾아다니길 좋아한다.

그냥 차가 좋아서 편안하게 좋은 차를 좋은 사람들과 마실 수 있으면

좋은 것이지 굳이 다도라든가 이런 격식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때문이리라.

가끔씩은 한끼 밥값보다 비싼 차값을 지불할때나

비싼 차를 구입할 때면 누구에겐지 모르게 조금은 뒷통수가 땡기기는 하지만

이런 조그만 허영심이나 사치는 다른 분들도 이해 해 주시리라고

내 편한대로 생각하기로 한다.

지난 겨울이 시작될 무렵,

나만큼이나 차를 좋아하는 친한 언니랑

예전에 봐 두었던 아름다운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다구도 구경하고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구입을 하고자 마음을 맞추고 같이 나들이를 하였다.

전원 주택을 겸하여 지은 그 찻집은

거의 천평은 됨직한 너른 땅에다가

큰바위는 그대로 둔 채로 자연을 최대한 살려서 

한쪽에는 살림집을 짓고 한쪽에는 황토방을,

그리고 햇살 드는 한쪽으로는 황토방에 붙여 찻방을

전통식으로 각방마다 특징있게 지어놓았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에 커다란 장독을 무지 많이 앉혀서

된장, 간장, 고추장을 전통식으로 담아 판매도 하였다.

그리고 살림집옆의 건물엔 차와 관련된 많은 다구들과

차종류들을 전시하고 차를 준비하는 주방이 붙어있었다.

언니랑 나는 다구들을 구경하러 그 곳엘 들어갔는데,

한 쪽 귀퉁이에 "화장실"이란 글구가 척 붙어있었다.

 

.

.

나, 속으로 감탄했다.

'이집은 차에 잡냄새 밸까봐서 그런지 화장실도 완전 밀폐형으로 지었네'

그런데 속으로만 감탄했으면 됐을 일을 왜 방정맞은 입은

그런 말을 했을꼬.

"언니, 이집은 찻집이라서 그런지 화장실에도 엄청 신경쓴거 같으네요"

     -주)차는 냄새나 수분을 무지 잘 흡수하기때문에 차 찌꺼기를

           말려서 냉장고에 넣으면 탈취제로 죽여줌.

"??????"

"언니 저~기 함 보세요.

차 다루는 사람이라서 신경 엄청 쓴거 같애.

화장실도 냄새 날까봐 완전 밀폐 형으로 지어놨어.

차에 냄새 밸까봐 냄새 차단 하려고 그랬나봐.

쥑~인다. 언니.저 화장실에서는 사람죽어도 모르겠다"

"0.0;;........"

두 눈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언니는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날 보더니, 왈

"야야 지금 뭔소리하는것고?"

"아~이 참 언니는...

저기 화장실 이라고 푯말 붙여놓은데 함 봐요.

화장실 한 번 쥑~이게 지어놨잖아요."

그 것은 완전 스테인레스로 만든 듯한 문에

손잡이는 이중밀폐형으로 이중으로 잠금 장치를 해 놓은 위풍당당한 화장실(?)

"허거걱!!!!!

넌 지금 저게 화장실로 보이냐?"

"그럼, 언니 저기 화장실이라고 써서 붙여놨잖아요."

"하이고, 야야 정신 챙기라"

"오잉????"

"그건 대형 냉동실이다. 이사람아!!"

"아니? 언니 그럼 왜 화장실이라고 푯말은 붙여 놨대요?"

.

.

확인 결과, 그것은 내가 말하는 화장실(?)옆의 통로를

따라 들어감 화장실이 나온단 소리!!!!

아니 그럼 왜 화살표는 안 그려놓은겨?

나의 이 황당무계한 상상력에 넘어가는 울 언니와 

 띠요용~~~눈 튀어나오는 찻집 주인.....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 돌린채 킥킥대던

찻집 주인은 내가 좀 안돼 보였든지 한마디 거들어 주긴 했다.

"크크큭...오해할 수도 있긴 하겠네요.킥....

화살표 그려놓을게요.

푸하핳ㅎㅎㅎㅎㅎ"

그날 난 바보의 지름길을 걸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 멍청한 나땜에 배아프게 웃었다.

집에 와서 울 곰곰이에게 이야그를 했더니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

"당신 다운 소리 했네.

그래도 이해는 안돼.

 어떻게 당신눈엔 냉동고가 화장실로 보이냐?"

.

.

.

그리고 지난 주말,

우린 남해에 있는 연화도란 섬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나는 이층 민박집에 부랴부랴 짐을 풀고 있는데,

인형 한마리 안은 채 창가에서

나의 두 딸이 조용히 바깥을 내다보더니,

작은 딸이 말했다

"와아~~~~언니야, 저기 바깥에 어머니표 화장실이 무지 많다. 그치?"

"그렇네, 야~~~ 저쪽에 14개, 이쪽에6개,

어머니 화장실이 무려 스무개나 된다야."

아니 이건 또 무신소리?

벌떡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니,

그 찻집처럼 고급은 아니지만

선창가 부두에는 생선보관을 위해선지

 냉동고가 무려 스무개가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것이었다.

위풍도 당당하게.....

"흐윽 흑 ... 딸들 까지도 드뎌 지 엄마의 멍청함을 알아뿌렀네"

그 여행이 다하고 그 섬을 떠날때까지

울 가족들은 그 곁을 지날 때마다

묘한 눈빛으로 나와 그 냉동고를 번갈아 보곤 하였다.

심심하면 가끔 진지하게 한마디씩 하면서.....

"음 , 화장실....."

"......."

그런데 가는 선창가나 부두마다 웬 냉동고는

그렇게 위풍당당 많은겨?

내가 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