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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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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우고


BY 예운 2005-03-28

 

  주5일제 근무 첫날 우리집 대장 막내의 성화가 시작되었

다.

"아빠 해신 촬영장 안갔다 오면 대화가 안된다고 가

된다고 방학때도 간다고만 하고 아빠만 맨날 어디가고

그럴라면 광어도 키우지 말고 전복도 하지마. 뭔아빠가

이란대. 우리 가족이 다같이 여행 가본적이 없네"

막내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래 가자 가. 까짓거 그기 못가겄냐. 막내야 가고 싶은

데 말해라 이참에 다가자 또 어디 갈래?"

"우와~! 아빠 해신촬영장 가고, 그다음 꽃놀이 가자!"

덕분에 바람피우러 가게 된 나도 옆에서 한마디 했다.

"매화꽃축제하더라!"

토요일 아침이 되기도 전에 일어난 막내의 부산스러움에

남편도 1박2일의 여행준비하느라 양식장을 둘러보고 바

다에 가고 바빠보인다. 

그렇게 떠나온 육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해신촬영장가는 길은 차가 막내 말대로라면 한 이백대

밀렸다. 외지에서 들어온 차들을 보면서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며 신라방과 포구를 들리고 완도민으로 사는거에

흡족해하며 어디로 갈건지를 의논하다 광양 매화꽃보다

가까운 해남 보해매화농원을 선택하고 내일 내려오면서

들리자며 장흥 천관산으로 향했다.

좋다는 말로는 그 기분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마

음이 콧노래로 대신 나왔다.

같은 전남권인 장흥과 보성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기

암을 했다. 천관산의 소나무와 향나무,측백 그리고 야생

차나무와 조릿대에 또 한번 감탄하면서 걸었다.

산길과 다섯명의 우리가족. 나무와 내 기분의 조화가 나

로 하여금 말을 많이 하게 하였다.

여행은 이렇게 대화꺼리를 만들어주니 더욱 좋은 것을.

닫힌 마음이 열리고 열린 마음은 가벼워졌다.

발이 큰 남편 덕에 장흥에서 토마토 농사하는 친구를 만

나 안내를 받고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러움의 대상이 되

었다. 조카같은 아들과 딸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를 둔

리가 아직 장가안간 총각이 보기에, 초등학교 2학년이

큰애고 셋째가 생후 2개월된 이가 보기에 우리는 얼마나

이루어 놓은게 많은 부부인가.

내인상이 좋다는 친구들 말에 나는 잠시 놀랐었다.

손님 대접하느라 빈말 하는거겠지 이내 체념해버렸다.

즐거울일 많지 않고 마음이 답답할때 많아 밝은 얼굴 아

닐텐데 웃는 얼굴이 보기 좋다며 남편 비행기 태우기 바

쁜 친구들이 고맙다.

집에는 국이 끓는지 된장이 끓는지 밖으로만 돌며 헤프

다고 친구가 그렇게 좋으면 혼자 살면서 어울려 놀지 죄

없는 나 데려다 고생시킨다 구박을 많이도 했었는데 나

와보니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보인다.

" 그래 남자는 이런 맛도 있어야지. 집에만 있으면 발전

하겠어 지금보다 쬐끔만 더 잘살게 해주고 너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살아라 " 이틀동안 봉사했노라며 목에 힘을 주

는 남편은 이참에 수지맞는 장사를 한셈이다.

다음날.

밤부터 봄비가 내렸다.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에도 빨래 걱정없는 휴일로도

좋은날이다. 그기다 반찬 챙겨 밥차리지 않아도 되니

좋은 날. 바람이 제대로 난 나의 휴일.

마음 달리먹고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는것을 나는 무슨

생각하느라 지금껏 그리도 답답한 날을 살았는지 남편

이 돈들이며 돌아다니는데 나까지 보태면 살림꼴만 우

습게 될텐데 했던건 나의 기우였을까.

비내리는 천관산의 물안개가 구름인냥 우린 그렇게 구름

속을 달려 해남으로 향했다.

비때문에 매화농원 가는건 포기했다.

어제 마신 술로 운전하는 남편의 괴로움은 안중에 없이

이리가자 저리가자 천천히 가자 주문들을 하는 우리는

즐겁기만 했다.

해남에서 백목련 두그루와 청매실나무 다섯그루를 사고

빗속을 달리는 나는 행복했다.

아직 그림같은 집은 짓지 못했지만 지었다치고 구절초

밭에다 목련과 매화나무를 심을 생각으로 집가는 길이

멀게 느껴짐은 다시 창밖 구경하는걸로 이겼다.

바람한번 제대로 피워본 봄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친구가 따준 무공해 토마토를 다섯박스나 실은 차에는

바람난 가족이 봄을 이기고 있었다.

탱글탱글한 토마토를 먹는 동안 우리는 웃으면서 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