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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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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을 재촉하는 봄비.


BY 개망초꽃 2005-03-10

이른 새벽 바람소리가 창문을 흔듭니다.
바람은 자기 자신을 내게 알려주고 싶은가봅니다.
흔들리는 창문을 다시 열었다 닫았습니다.
허락없이 들어온 바람은 내 눈치를 보며 베란다에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목이 말라 물을 찾았지만 겨우 반 컵도 안 되는 물만 남아 있었습니다.
감잎차를 넣고 물을 끓이는 중입니다.

항상 새벽 두시를 넘겨 자던 버릇이 있는데
어제는 밤 열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바람소리를 핑계로 깨어나니 새벽 4시군요.

어젠 봄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는 줄도 몰랐는데
손님이 우산을 접으며 “봄비가 오네요?” 하면서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계절은 손님의 발걸음을 따라 내게 전해지고 난 그 계절을 손님이 가신 다음에
창을 통해 한참씩 바라보곤 한답니다.
밖은 어둠에 밀착되어 길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느낌으로도 촉촉한 봄이 요기 앞에까지 왔구나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떤 책을 고를 때도
느낌이 중요했습니다.
첫느낌...

물 끓는 소리가 봄비 내리는 소리 같습니다.
뜨거운 물을 컵에 담아 빨리 식으라고
바람이 앉아 있는 베란다로 나가는 창가에 내려 놓았습니다.
목이 마른다고 뜨거운 걸 급하게 먹으면 입안을 데이게 됩니다.
특히 전 뜨거운 걸 잘 먹지 못합니다.
뜨거운 걸 잘 먹어야 남편 복이 있다고 했던가요? 아님 잘 산다고 했던가요?

창가엔 화분이 세 개 있습니다.
하나는 스킨다부슨가 뭔가...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
아무튼 십년이상 키운 초록잎이 싱그러운, 잎을 보기 위해 키우는 화초입니다.
하나는 가족이랑 작년 연말에 프로방스에 가서 이천원 주고 사 온 작은 화분인데
잎이 콩같이 동글동글 굴러 갈 것같이 생겨서 우리끼리 "콩같이 생긴..."이렇게 부르고 있답니다.
하나는 지지난주에 딸아이 기숙사 준비물을 사러 대형 마트에 갔다가
또 작은 화분 하나에 반해, 첫느낌이 좋은...
한참을 쳐다보다가 사 들고 집으로 와서
콩 같이 생긴 화분 옆에 올려 놓았더니
며칠사이 하얀 꽃 두 송이가 피었습니다.
딸아이는 잠시 떠나 있지만 꽃이 피어나 나를 덜 허전하게 합니다.
전화로 딸아이에게 “하얀색 꽃이 피었는데... 들꽃 같어.”했더니
딸아이도 덩달아 기뻐해 주었습니다.

아들아이는 누나와 떨어져 있으니까 슬픈가봅니다.
내 핸드폰으로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누나가 없어 슬퍼" 했나봅니다.
멋대가리 없는 딸아이가 "슬프긴 뭐가 슬퍼... 키키킥" 이렇고 문자가 와 있는 걸 보고
한편으론 아들아이 마음이 예쁘고 한편으론 너무 웃겨서 웃고 말았습니다.
나는 딸아이가 없어 홀가분한데,아들아이는 누나가 없어 허전해서는
"엄마 ? 누나가 없으니까 이상해요. 누나 지금 뭐할까?"
그러면 제가 핸드폰을 줍니다.누나한테 문자 보내라고...
그러면 둘이서 뭐라뭐라 문자를 주고 받습니다.그 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설레임을 재촉하는 봄비가 왔습니다.
비어 있는 뜰에 풀이 깨어나 말끔하게 세수를 할겁니다.
흔들리던 나뭇가지 끝에 새싹은 일어나 하늘을 향해 손 인사를 하겠지요.

물이 다 식었나 확인해 봐야 겠네요.
감잎차는 비타민씨가 풍부하고 알레르기 체질에 좋고 심장에 이롭다고 그랬어요.
맛도 순하고 빛깔은 녹차 끓인 물 색이랑 비슷하답니다.

봄비 내린 어제 이후...
오늘은 새벽 바람이 몹시 짜증을 내는 것 같아요.
바람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들립니다.
아마도 겨울이 시샘을 하나 봅니다.
그래도 겨울이네는 가야 하고 봄댁은 실룩실룩 걸어 오고 있지요.
봄댁 만나러 화원이라도 가고 싶네요.
가서 봄꽃 화분을 사서 매장 창가에 화사하게 올려 놓고 싶어지네요.

어제는 설레임을 재촉하는 봄비가 왔습니다